폭염·해외여행 증가 여파 감염병 크게 늘어

입력 2016-09-05 00:05

폭염과 해외여행 증가 영향 등으로 감염병 발생 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달까지 여름철 주요 감염병 누적 발생 건수가 전년 대비 갑절로 늘어난 데 이어 가을철 유행 감염병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4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여름철 주요 감염병 7종의 누적 발생 건수는 444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267건)의 2배 가까이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상 감염병은 장출혈성대장균, 장티푸스, 세균성이질, A형간염, 말라리아, 뎅기열,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지난해 전체 발생 건수(2675건)도 이미 넘어섰다.

이 중 A형간염은 3305건으로 전년 동기(1347건) 대비 가장 크게 늘었다. A형간염은 콜레라와 함께 1군 법정감염병에 속하는 수인성 감염병이다. 2011년 5521건을 기록한 후 2013년 867건으로 발생 건수가 크게 줄었으나 이후 증가해 지난해 전체로는 1804건이 신고됐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잘 발생하며 상대적으로 위생적인 환경에서 자란 젊은 층에서 발병 빈도가 높다.

지카바이러스, 말라리아와 함께 모기를 매개로 감염되는 뎅기열 역시 역대 최다 규모다. 올해 8월까지 누적 발생 건수(322건)만으로도 이전까지 가장 많이 발생했던 지난해 전체 발생 건수를 넘어섰다. 해외 여행객인 매년 빠르게 늘면서 해외유입 감염병인 뎅기열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7종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냉각수나 수도배관 등에 서식하는 레지오넬라균이 문제가 되는 레지오넬라증도 올해 78건이 신고돼 지난해 전체 신고 건수(45건)를 넘어섰다.

더욱이 올여름 폭염 및 적은 강수량으로 쓰쓰가무시증 등 가을철 감염병도 급증할 수 있다. 정부 용역 자료인 ‘기후변화 건강영향 감시체계 실용화 및 선진화 기술개발’에 따르면 8주 전 평균 온도가 1도 상승할 때마다 쓰쓰가무시증 발생은 13.1% 증가했고, 2주 전 일주일 누적 강수량이 10㎜ 증가하면 병 발생은 31.5% 줄었다. 올해 쓰쓰가무시증은 8월까지 발생 건수가 지난해의 2.6배를 기록하고 있어 기후에 따른 영향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