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가 그린 그림 구경 오이소”

입력 2016-09-04 21:25
할머니 화가들과 관계자들이 지난 2일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열린 ‘할매가 그릿니껴?’ 전시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고 박계순 할머니의 ‘독도’(사진 위)와 김말수 할머니의 ‘감자밭’. 경북도 제공
‘할매가 그릿니껴?’(할머니가 그렸어요?)

평균 연령 80세 시골 할머니 화백들의 작품이 경북도청 내 공연전시장인 ‘동락관’에서 열려 관심을 모은다.

이번 전시회는 경북 예천군 지보면 신풍미술관이 진행 중인 ‘할머니 그림학교’의 기획전시회다. 신풍미술관은 2010년부터 지역 어르신을 위한 미술교육 프로그램 ‘할머니 그림학교’를 운영 중이다. 전시회에는 ‘할머니 그림학교’ 회원 28명 중 18명이 직접 그린 회화작품 36점과 그림학교 수업 장면 등이 전시되고 있다.

할머니들이 그린 그림은 얼핏 보면 초등학생의 그림일기처럼 보인다. 가난과 바쁜 농사일에 쫓겨 제대로 된 그림은커녕 나뭇가지로 맨땅에 무언가를 그려본 게 전부였던 이들의 지난 시간을 떠올리면 가히 ‘역작(力作)’이다.

지난해 출간돼 전국적인 화제를 모으면서 시인 반열에 오른 경북 칠곡군 할머니들의 ‘시가 뭐고?’에 비견된다.

할머니들의 작품은 대부분 크레용으로 그려졌다. 다른 도구보다 할머니들이 손에 쥐기 쉬웠기 때문이다. 할머니 화가들은 초등학생으로 돌아가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백지에 담아냈다. 크레용으로 그린 그림은 집, 꽃, 개구리, 닭 등 생활 주변의 대상을 소재로 솔직하게 담아내 관람객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감자밭’을 그린 김말수(85) 할머니는 “오래전 세상을 떠난 영감님과 함께 청록색 저고리를 입고 감자 캐던 시절이 그리워 감자밭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독도’를 그렸던 박계순(83) 할머니는 지병으로 지난해 8월 세상을 뜨는 바람에 이 작품은 유작(遺作)이 되고 말았다.

지난 2일 시작된 전시회는 16일까지 계속된다. 미술관은 할머니들의 그림이야기가 첨부된 그림책도 연말쯤 발간할 예정이다.

서원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할머니들의 작품에서 예술이 가진 따뜻한 치유의 힘을 느낄 수 있다”며 “가족과 함께 관람하면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껴보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