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녹두서점, 사회운동·민주항쟁의 거점… 광주 넘어 세계인이 공감하는 공간되길”

입력 2016-09-05 00:26
지난 1일 2016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에서 녹두서점을 재현한 자신의 설치작품 앞에 선 스페인 작가 도라 가르시아. 옛 녹두서점 주인 김상윤씨가 선물한 ‘임을 위한 행진곡’ 악보가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있다.

2일 공식 개막한 2016년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의 제1전시실. 이곳에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항쟁의 거점이었던 녹두서점이 재현됐다. 서점 밖에는 당시 대자보인 민주시민행동강령이 붙어 있고, 안으로 들어가니 당시 비극을 전하듯 태극기가 덮인 관도 있다. 작품 제목인 ‘녹두서점-산 자와 죽은 자를 위한, 우리 모두를 위한’이 간판처럼 걸렸다.

작품을 제작한 스페인 작가 도라 가르시아(51)를 지난 1일 이곳에서 만났다. 인터뷰한 공간은 과거 녹두서점에 딸린 방이었다.

그는 “녹두서점은 야학을 하는 등 서점 이상의 역할을 했다. 책을 파는 공간을 넘어 숱한 토론이 오간 지식과 공동체의 장소였고 사회운동의 거점이었다. 그래서 광주항쟁의 허브가 될 수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점을 재현하면서 작가는 녹두서점 주인이었던 김상윤(윤상원열사기념사업회 이사장) 정현애(전 광주시 의원) 부부를 만났다. 부부가 준 드로잉을 참고해 방과 주방 등 서점에 딸린 사적 공간도 고스란히 살렸다. 그러면서 실제론 없던 계단을 만들고 층층이 책을 쌓았다.

작가는 “관람객은 다양하다 외국인일수도, 한국인일수도, 광주사람일수도, 아닐 수도 있다. 이 공간이 과거 광주의 문제를 넘어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장소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셔츠, 머리빗, 시민군 호소문 등 5·18 당시 사용된 물품의 복제품뿐 아니라 전시장에 각국에서 벌어진 혁명사와 관련된 책들을 갖춘 이유다.

작가는 또 광주의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며 5·18기념식 때 ‘임을 위한 행진곡’이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임을 위한 행진곡 악보가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는 광주의 역사를 다룬 이 작품과 함께 지역주민과 함께한 연극 ‘도롱뇽의 비탄’도 출품했다. 작가는 올해 광주비엔날레에서 수여하는 눈(Noon) 예술상 중진작가 부문 공동 수상자로 결정됐다. 스웨덴 출신 마리아 린드 예술감독이 제시한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를 주제로 경쟁을 벌인 37개국 101작가/팀(120명) 중 가장 실험정신이 뛰어나면서도 창설 정신과 닿아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가르시아는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2010년 상파울루비엔날레에 스페인 대표로 참여한 바 있다.

광주=글·사진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