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 10분간 104번 문자폭탄

입력 2016-09-04 18:21
부산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지난 2일 밤 국민안전처가 일부 휴대전화 이용자들에게 같은 긴급재난문자를 10분 동안 104번이나 발송해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시스템 오류로 긴급재난문자가 반복해서 발송된 것인데, 시민들은 영문도 모르고 한밤 ‘문자 폭탄’에 시달려야 했다.

4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11시9분쯤부터 시스템 오류로 부산 지역 LG유플러스 2G폰 이용자 2만여명에게 긴급재난문자가 10분 동안 104차례 발송됐다. 시민들은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는데도 계속해서 문자가 들어오자 전원을 아예 꺼놓기도 했다.

안전처 관계자는 “긴급재난문자 메시지의 다국어 송출을 위해 개발한 프로그램을 탑재해 이동통신사 기지국을 거쳐 발송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기지국에서 긴급재난문자를 보낸 후 전송을 완료했다는 신호를 국민안전처 서버로 보내는데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해 반복적으로 문자를 보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처에서는 문자가 발송되지 않은 줄 알고 5초 뒤 문자를 자동으로 재발송했고 이를 10분 동안 반복한 것이다. 그러나 4G LTE폰 이용자들에게는 정상적으로 긴급재난문자가 한 차례만 발송됐다. 안전처는 부산 지역 SK텔레콤 2G폰 가입자에게도 같은 문자를 보냈지만 운영체계 차이로 이를 인식하지 못해 LG유플러스 2G폰과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안전처는 오류 발생 직후 긴급대응반을 가동해 3일 오후 1시쯤 장애를 해결했으며 프로그램을 수정한 후 5일 2G폰 긴급재난문자 발송 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향후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메시지 중복발송 차단 및 시스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후속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