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사드 직접 언급 피하고 ‘북핵불용’ 강조

입력 2016-09-05 04:04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악수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간 소통 강화를 강조했다. 뉴시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북핵 해법 모색을 위한 미·중·일·러 4개국과의 정상외교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쇄 정상회담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중국에 비해 반발 강도는 떨어지지만 러시아 역시 ‘사드 배치 반대’라는 기본 입장을 유지하는 탓에 한·러 정상회담 결과는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이견과 갈등을 상당 부분 좁히고, 조율할 수 있을지 답안을 얻을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사드에 대해 양국의 온도 차를 여전히 나타내면서도 이런 차이는 최소화하면서 ‘북핵불용’ 원칙과 한·러 간 전략적 소통 강화 등을 한층 부각시키는 길을 택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무력도발 위협에 반대하고, 전략적 협력동반자로서 양국 관계를 평가하면서 민감한 현안은 덮고 넘어가는 형식을 보인 것이다.

실제로 두 정상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사드’ 문제를 공식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불과 수분의 사거리 내에 있는 우리에겐 삶과 죽음의 문제”라며 “책임 있는 정부라면 국가 안위, 국민 생명을 위한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나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으면서도 우리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힌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두 정상은 사드 문제를 포함해 한반도 및 동북아의 전략적 안정 문제와 관련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건설적인 의견 교환을 가졌다”며 “두 정상은 북핵불용 입장 하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전략적 소통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회담에서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적 방어조치라는 점을 거듭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의 반응도 일단 ‘적극적인 반대’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사드에 대한 별도의 우려 표명 없이 “우리 두 나라는 평양의 자칭 핵보유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 전체 세션에서도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정을 이행하고 도발적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극동지역 개발협력, 남·북·러 3각 협력 등 양국 간 주요 협력 사안들이 정상 궤도에 오르려면 우선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안정적으로 관리돼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도 이런 논리를 들어 적극적으로 사드 배치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한·중 양국은 이미 외교부 장관과 차관 채널을 통해 사드를 포함한 여러 의제에 대한 톤 조율을 한 상태다.

따라서 한·중 정상회담에선 사드 문제를 둘러싼 파열음보다 일단 어느 정도 관리된 수준에서 의견이 교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 결과 역시 민감한 현안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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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 항저우=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