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자랑한 새누리, 근육통 걱정되네?

입력 2016-09-05 00:04
새누리당의 20대 첫 정기국회 보이콧 투쟁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새누리당은 집권여당 책임론을 감수하고 ‘실력 행사’로 정세균 국회의장으로부터 ‘사회권 이양’과 ‘유감 표명’을 받아냈다. 결집력을 확인하며 20대 국회 투쟁 동력도 얻어냈다.

그러나 강성 투쟁 이미지가 부각된 점은 마이너스 요인이다. 새누리당은 야당으로부터 ‘여당이 민생 발목을 잡는다’ ‘야당되는 연습한다’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특히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문제 등은 여권 내부에서도 이견이 큰 사안이어서 내분 우려가 상존한다.

이정현 대표는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 의장의 개회사 도발은 후손에게 물려줄 수 없는 선례를 보인 것이어서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회주의가 법안 하나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국회 질서를 파괴하는 일이 재발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정 의장의 사과도 받아낼 것”이라고 했다.

김무성 전 대표도 전날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의 사드 발언은) 국민 입장에서는 짜증나는 일”이라며 “중국과 우리나라가 첨예하게 대립 중인데 여야 모두가 있는 앞에서 그와 같이 발언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했다.

모두 정 의장의 개회사 발언을 비판했지만 논란의 핵심인 우 수석 문제는 직접 건드리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정 의장 개회사에 사드 문제가 포함돼 당이 결집했던 측면이 있다”고 했다. 개회사에 우 수석이나 공수처 신설 문제만 담겼을 경우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김 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등 비박(비박근혜)계는 우 수석 사퇴 불가피론을 언급한 바 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수처를 신설해서 우리나라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철저하게 뿌리째 대청소해야 한다”며 “국민의 존엄한 목소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 수석에 대해서도 “민정수석은 많은 비리 혐의가 있지만 버티기를 하고 있다. 이 상태에서 공정한 수사가 진행될지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 수석 관련 현안은 정기국회 곳곳에 산적해 있다. 당장 우 수석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하는 문제부터 샅바싸움이 시작될 우려가 크다. 법사위도 공수처 신설과 우 수석 및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수사 사안이 현안으로 오를 전망이다. 정기국회에서 우 수석 문제가 여권 내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