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 마음은 사모가 알죠… 공감 통해 치유됩니다

입력 2016-09-05 20:58 수정 2016-09-05 21:57
지난 2일 경기도 부천시 두란노세계선교회에서 사모들이 그동안 겪었던 애환과 그 회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한동연 홍덕표 고순종 조길년 강대숙 사모. 부천=강민석 선임기자
사모들의 친정엄마 역할을 하며 15년 이상 사모의 치유 사역에 앞장서고 있는 설화영 두란노세계선교회 원장. 부천=강민석 선임기자
“마른 땅 같은 영혼 주 사모할 때 주님의 크신 능력 난 볼 수 있네∼.”

지난 2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까치로 두란노세계선교회 예배실. 50여명의 사모들이 두 손 들고 뜨겁게 찬양을 불렀다. 이어 수능을 앞둔 자녀나 성도, 나라와 교회의 회복 등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전국 교회에서 모인 사모들은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30분부터 6시간 동안 예배하고 강의를 들으며 교제한다. 이들 사모가 이렇게 장시간 모임을 갖는 이유는 서로의 힘든 부분을 털어놓다보면 어느새 공감하게 되고 마음 속 짐을 털어버리게 된다. 선교회에서 10여년 넘게 활동 중인 6명의 사모를 만나 그들의 고충과 회복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모의 고민은 영적 탈진과 경제적 어려움=사모들은 영적 갈급함이나 경제적 어려움 등을 가장 힘들어했다. 고순종(61·서울 새생명교회) 사모는 2002년 선교회 사모세미나에 처음 참석할 때만 해도 영적 탈진과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겪었다. 그는 “개척 후 고시생들을 전도해 매일 밥을 해주는 등 청년사역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인간적 한계에 부닥쳐 영적으로 힘들었다”며 “처음 선교회에 와서 느낀 감정은 ‘메마른 땅에 단비를 받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선교회 운영위원장 한동연(62·서울 영세교회) 사모는 “성도들에게 무엇이든 나눠야 하는 사모도 채움을 받아야 하는데 교회에선 그런 부분이 힘들다”며 “대부분 작은 교회 사모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이 같은 여러 문제들이 복합될 경우 영적 침체기와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성도와의 관계 등으로 고민하는 사모들도 많았다. 김춘임(57·여주 명지교회) 사모는 “여자 성도들이 많은 교회에서 사모는 성도들의 평가에 오르기 쉽다. 한 성도가 사모의 옷차림 등을 두고 이야기하면 인간인지라 상처받게 된다. 내 마음이 건강하지 않으면 상처 받을 일들이 수두룩하다”고 밝혔다.

홍덕표(56·용인 빛소망교회) 사모도 “어느 날 성도가 ‘사모님 저 정말 사랑해요?’라고 물어보는데 양심에 좀 찔렸다. 성도를 축복해도 인간적인 마음이 안들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내 마음이 회복되면 넉넉해진다. 이전보다 더 많이 성도를 품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모끼리 중보기도하고 교제하며 고충 극복=선교회는 모든 문제의 열쇠를 말씀과 기도로 보고 사모들을 영적 리더로 세우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매주 6시간 동안 말씀 사역과 기도, 강의에 집중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강대숙(64·인천 신포소망교회) 사모는 “빈손으로 2개의 교회를 개척하고 인간의 한계를 느꼈는데 2001년 이곳에서 은혜 받아 말씀으로 내 영혼이 살아났다. 영적 문제를 먼저 해결했더니 다른 문제도 자연스럽게 극복할 힘이 생겼다. 잠자는 시간 빼고 묵상하고 기도하면서 4차원의 은혜를 누리게 됐다”고 밝혔다.

선교회에선 사모들끼리 마음을 나누고 중보하면서 자연스레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 고 사모는 “성도가 교회를 떠나 마음이 아플 때 우리 사모들끼리의 경험담을 털어놓고 같이 기도하다보면 마음이 풀린다. 같은 교단이면 소문날까봐 말할 수 없지만 초교파로 모이기 때문에 이런 것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따로 시간을 내 교육을 받기 힘든 사모들을 위해 선교회는 강의사역으로 사모들을 훈련하기도 한다. 조길년(55·공주 정안교회) 사모는 “소극적인 성격으로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렸는데 선교회에서 배운 내용들을 교회에서 적용했다. 2003년부터 청년 등 성도들에게 말씀을 가르치며 남편의 사역에 동참하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설화영 두란노세계선교회 원장
“사모들이 건강한 영적 리더로 설 수 있게 격려·응원을”


설화영(65) 두란노세계선교회 원장은 사모들 사이에서 ‘친정엄마’로 불린다.

“저 역시 사모로 교인들에게서 받은 심리적 상처, 남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절망감 등을 안고 살았습니다. 사모가 하나님 안에서 온전히 회복하면 그의 행복 지수가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사모들이 건강한 영적 리더로 세워지도록 계속 격려하고 도울 것입니다.”

누구보다 사모들의 마음을 잘 알기에 그는 2000년 11월 사모들만의 공동체 두란노세계선교회를 설립했다. 선교회는 ‘사모에 의한 사모세미나’ ‘제자훈련’ ‘매주 금요성회’ 등을 통해 사모들이 영적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서울신대와 제휴를 맺고 ‘사모 영성상담 전문가 과정’ 교육을 실시해 사모들을 상담 사역자로 양성했다. 서울 희락교회(김재박 목사)는 매년 사모 세미나를 위해 숙식 등 모든 비용을 제공하고 있다.

“교회 규모에 상관없이 사모들이 오랜 기간 사역에 동참하다 보면 영육 간에 병이 들고 무엇보다 혼자라는 생각에 더 지칩니다. 이들이 말씀과 기도의 능력을 체험하고 사모들 간 교제를 통해 회복되는 것을 수없이 지켜봤어요. 사모들이 1년에 수차례 ‘70일 작정기도’를 하면서 교회와 성도, 자녀 문제 등에 많은 응답을 받고 있습니다.”

설 원장은 지난해 초 집회를 인도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져 입원했다. 병원에 있은지 100일 만에 기적적으로 몸을 회복한 후 사모세미나를 진행했다. 한 명의 사모라도 위로하고 힘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사모들이 행복한 사모로 각자의 은사를 잘 사용하도록 돕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제가 이 사역을 내려놓더라도 사모를 잘 섬기는 사역기관이 되도록 뒤에서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부천=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