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은 한국이 속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의 가장 큰 변수다. 한국과 이란이 2강 체제를 구축하고 중국 카타르 우즈베키스탄이 도전하는 A조에서 내전으로 홈경기를 개최할 수 없는 최약체 시리아가 어느 나라에 몰수승을 헌납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리아는 알아사드 부자의 40년 넘은 세습 독재정권을 축출하기 위한 2011년 3월 민중봉기가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으로 번지면서 5년 넘게 전운에 휩싸였다. 국가연합(UN)이 지난 5월 추산한 사망자 수는 최소 40만명. 고향을 잃은 난민은 1000만명 이상이다. 이런 참화 속에서 축구에 신경을 쓸 여력은 당연히 없다.
시리아축구협회는 이미 카타르 도하로 도망치듯 본부를 옮겨 기본적인 업무만 수행하고 있다. 홈경기 개최는 불가능하다.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국제대회 아시아 예선에서 홈경기가 있을 때마다 중립지역을 수소문한다. 한국이 시리아 원정경기로 가질 예정이었던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차전을 제3국인 말레이시아에서 소화하는 이유다.
개최지가 말레이시아로 변경된 과정은 쉽지 않았다. 시리아는 당초 인접국인 레바논으로 한국을 불러 대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테러 위험을 감안해 개최지를 마카오로 옮겼다. 이마저도 경기를 1주일 앞둔 지난달 31일 마카오축구협회와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지 못하면 한국에 몰수패를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장을 확보하지 못한 홈경기 개최국에 0대 3 패배, 즉 몰수패를 적용한다.
시리아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의 도움을 받아 말레이시아 세렘반 파로이 스타디움을 임대할 수 있었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시리아의 다음 홈경기는 오는 11월 15일 이란과의 5차전이다. 이 경기의 개최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시리아가 새로운 개최지를 물색하지 못하면 이란은 힘을 들이지 않고 3대 0 승리를 가져갈 수 있다. 이란은 한국과 A조 1, 2위를 다툴 경쟁자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이 점을 우려했다. 이 위원장은 4일 말레이시아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시리아가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4개국과) 앞으로 가질 홈경기에서 몰수패를 당하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 나머지 4개국만 몰수승을 가져가면 한국은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가 첫 번째 홈경기인 한국과의 2차전 개최지를 3차례나 옮길 정도로 어렵게 수소문한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남은 4개국과의 홈경기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FIFA는 국제대회 본선이나 예선에서 몰수패를 적용한 국가의 앞선 결과를 변경하지 않는다. 한국이 시리아를 이겨도 2골 차 이내면 몰수승을 챙긴 국가보다 골 득실차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
사우나를 방불케 하는 고온다습한 날씨도 시리아전의 변수다. 세렘반의 낮 최고기온은 34도, 습도는 80%에 달한다. 오전 0시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도착한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가장 먼저 호소한 고충은 무더위였다.
한국과 시리아의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2차전은 6일 오후 9시(한국시간)에 열린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말聯 입성한 슈틸리케호 ‘시리아 내전·찜통더위’ 최대 변수
입력 2016-09-04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