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野 잠룡들 ‘책의 전쟁’… 대선 1라운드 펼친다

입력 2016-09-05 04:16
올가을 야권 대권주자들의 ‘책의 전쟁’이 펼쳐진다. 이미 출판 계획을 밝힌 안희정 충남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과 더민주 김부겸 의원도 올 하반기에 책을 내기로 했다. 야권 잠룡들이 저마다 자신의 책을 통해 국가 비전을 제시함에 따라 ‘대선 어젠다 선점 경쟁’도 조기 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시장과 김 의원 등 당내 비주류 대권 주자들은 각각 올 연말과 11월 새 책을 출간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 5년간의 시정 경험을 토대로 한 국가 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새로운 책을 준비 중이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올해가 가기 전 박 시장 개인 스토리와 시정 경험 및 철학을 담은 책을 내려고 한다”고 전했다. 사실상 대권 도전을 선언한 김 의원도 오는 11월 국가의 경제정책을 다룬 책을 발간할 예정이다. 김 의원 측은 “4선 국회의원을 하면서 경험하고 고민한 경제정책 관련 내용을 차분히 풀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안 지사와 손 전 고문은 이미 출간 계획을 밝혔다. 안 지사는 다음달 초 지난 6년간의 도정 경험에 국정운영 비전 등을 총망라한 내용을 새 책에 담는다. 안 지사는 그동안 미세먼지 대책 등 충남 지역 현안 해결 방안을 더민주 소속 국회의원들과 함께 입법화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손 전 고문 역시 ‘국가 대개조’ 방안을 주제로 한 책을 내며 정계 복귀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의 ‘참전’도 전망된다. 문 전 대표 측 김경수 의원은 “현재로선 출간에 대해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다른 측근은 “문 전 대표는 정치적 기로에 설 때마다 책을 냈다. 이번에도 출마를 공식화하기 전 책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권주자들이 앞다퉈 출판 경쟁에 뛰어든 것은 자신의 스토리와 국정 운영 비전 등을 차분하고, 충분하게 풀어내기엔 책 출간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대권주자들의 책 출간은 무게감 있게 ‘출사표’를 던지는 효과에다 분량·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준비된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효과가 동시에 있다”며 “올해처럼 야권 대권주자가 풍성한 상황에선 책에 대한 호응과 반응, 심지어 책 판매량도 상호 간 경쟁력 확인 가늠자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야권 대권 경쟁의 새로운 관전 포인트는 ‘온라인 경쟁’이다. 야권 잠룡들은 2012년 대선 당시보다 훨씬 다양해지고 강화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능을 십분 활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동영상 기능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안 지사는 지난 2일 광주교육청에서 실시한 강연을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생중계했다. 김 의원도 3일 충남 보령 무창포에서 열린 지지조직 ‘새희망포럼’ 정기총회 발언 동영상을 SNS에 올렸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 ‘미래혁명’을 주제로 한 강연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안 전 대표 측은 강연 게시가 ‘쌍방향 소통’에 미흡하다는 내부 검토에 따라 시청자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경로를 개발하기로 했다.

야권 잠룡들의 적극적인 SNS 활용은 동영상 등 ‘동적인 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선거연령을 18세로 조정하는 내용의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선거연령 하향 움직임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