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프랑스 주간지 파리마치와의 인터뷰에서 ‘실패한 총장’이라는 비판에 단호하게 반박했다. 한국 대선 출마에 관한 질문에는 확답을 피했다.
파리마치는 지난 2일(현지시간) 발행된 최신호에 ‘반기문, 매우 신중한 전략가’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여기서 “유엔 총장으로 실패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 총장은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난민이 발생하는 등 매일 비극적인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내가 총장이 된 뒤 유엔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카리스마가 부족한 총장이란 지적에 “서양에선 겸손을 이해하지 못 한다”며 웃었다.
반 총장은 “각국이 이익을 제쳐놓고 지구적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모색할 장이 필요하다”며 유엔 무용론도 적극 반박했다. 파리마치는 반 총장이 안 보이는 곳에서 분쟁과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연말 퇴임하는 반 총장은 재임 10년의 최대 업적으로 지난해 채택된 ‘2030 유엔 지속가능개발 목표’와 ‘파리기후협정’을 꼽았다. 재임 중 최고의 순간으로 “지난해 12월 파리에서 기후협정 참가국 대표들이 기립박수를 쳤을 때”라고 말해 파리기후협정에 상당한 애착을 드러냈다. 이는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세계 195개국 모두 감축에 동참토록 한 기후 합의다.
재임 중 최악의 순간으로는 “가난, 테러, 폭력으로 많은 사람이 숨지거나 고통 받아 자주 속으로 울었다”고 말했다.
“총장으로 취임한 10년 전과 지금 당신은 같은 사람이냐”는 질문에는 “10년 동안 열정보다 연민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며 국제사회에 연민의 감정과 연대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반 총장은 “다음 인터뷰 때 한국 대통령이 돼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총장 업무에 전념하겠다”고 웃으며 답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열정보다 연민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입력 2016-09-04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