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걱정 덜어드려야…”중진들 중재로 ‘분위기 반전’

입력 2016-09-02 21:43 수정 2016-09-03 00:28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2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추경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 직전 회동을 갖고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정 의장,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서영희 기자

예상 밖 합의였다. 2일 오전까지만 해도 정세균 의장은 사과 및 사회권 이양 불가 입장이 강경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기류가 급반전됐다. ‘민생 국회’에 대한 여야 간 공감대,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과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등 노장들의 막판 조율이 힘을 보탰다.

정 의장은 이날 출근하자마자 곧바로 간부회의를 열며 새누리당이 정한 ‘데드라인’인 오전 10시까지 분주하게 움직였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 소집을 예고하고 이 시각까지 수습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었다.

정 의장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를 만났고, 국민의당 박 비대위원장과 전화로 상황을 논의했다. 이어 오전 10시13분 새누리당 정 원내대표와 단독으로 만나 약 30분간 자신의 입장을 전달했다.

정 의장은 국민에게 유감을 표명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거부했다. 반면 국회 사회권을 심재철 부의장(새누리당)에게 넘기라는 정 원내대표의 요구는 정 의장이 거부했다. 이후 정 의장은 국회를 떠나며 “의장실이 다시 새누리당에 ‘점거’되지 않도록 하라”고 직원에 당부하는 등 ‘노기’를 감추지 못했다. 새누리당도 하루 종일 의원총회를 열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재발방지 약속과 분명한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전해 합의 무산이 우려됐다.

이때 중진들이 나서 분위기를 조율했다. 국회를 떠난 정 의장은 새누리당 서 의원을 시내 모처에서 만나 해법을 논의했다. 정 의장은 “둘 다 국회가 빨리 정상화돼서 국민 걱정을 덜어드리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는 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박 비대위원장도 정 의장 설득에 주력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이 전날 밤 (새누리당 의원의 의장실 점거에) 화가 나 밤에 본회의를 소집해 추경안을 야당 단독 처리하려고 했다”며 “파악해보니 일부 의원들이 지방 행사에 내려가는 등 정족수가 안 된다고 설득하고, 편히 주무시고 내일 하자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오후 6시 반에 열린 본회의는 박주선 부의장(국민의당) 사회 아래 일사천리로 안건을 처리하고 1시간 반 만에 산회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백남기 농민 사건 청문회의 관련 증인 선정 및 일정에도 합의했다.

한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날 야당 단독으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를 ‘부적격’ 의견으로 채택했다.

강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