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 폭발 사고에 신속하게 선제적 조치를 내놨다. 문제가 발생한 지 2주도 되지 않아 전격적으로 전량 리콜을 결정했고,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배터리 교체 대신 비용 부담이 큰 신제품 교환 결정을 내렸다. 이는 땜질식 조치로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눈앞 이익보다 소비자 신뢰 우선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2일 “지금 노트7을 가지고 계신 분은 90%가량이 사전 예약을 통해 구입한 고객들”이라면서 “그분들을 생각할 때 단순히 배터리 교체만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신제품 교환’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폭발 원인이 배터리 문제여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배터리 교체만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비용 측면에서도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익보다는 고객과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고 사장은 “굉장히 마음이 아플 정도로 큰 금액이 든다”면서도 “금전 규모와 상관없이 안전, 품질, 고객 만족 등을 우선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250만대를 모두 리콜하면 비용만 약 2조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비용 부담은 크지만 이번 결정은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갤럭시 충성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초기 구매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게 됐다. 이들을 잃으면 앞으로 나올 제품의 흥행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고 노트7 관련 불확실성을 제거한 뒤 클린 이미지로 다시 시장에 나설 수 있다. 특히 7일 애플이 새 아이폰을 공개하기 전에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노트7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수거한 노트7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사다. 배터리를 교체하고 ‘리퍼비시’ 제품으로 판매하는 방안도 나올 수 있다. 과거 이건희 회장이 문제 있는 제품을 불태웠던 전례를 들어 이번에도 폐기 처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문제는 배터리 제조 과정 오류
삼성전자는 1일까지 서비스센터로 접수된 폭발 사고 건수가 35건이라고 밝혔다. 100만대 중 24대꼴로 불량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고 사장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임직원들은 폭발 사고가 난 노트7을 수거해 원인을 분석한 결과 배터리 셀 제조 과정에서 미세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을 발견했다.
배터리 자체의 구조적 문제는 아니고 제조 공정상 일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같은 배터리를 사용했더라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고 사장은 “극간의 눌림 현상, 절연 테이프 수축 등이 연달아 겹쳤을 때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트7 배터리는 삼성SDI와 다른 업체 한 곳 등 두 곳에서 공급하고 있다. 문제 배터리는 삼성SDI가 공급했다. 고 사장은 “함께 배터리를 개발하고 검증했던 저의 문제”라며 “개발할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공정상 품질관리 수준이 일부 미흡했던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중국에서 노트7을 계속 판매하는 이유는 다른 업체의 배터리를 탑재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불량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정밀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고 사장은 “이번을 계기로 품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검수 등 프로세스를 확실하게 잡겠다”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삼성전자, 리콜 비용 2조5000억 넘지만 ‘고객 신뢰’가 더 중요 판단
입력 2016-09-02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