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리콜 비용 2조5000억 넘지만 ‘고객 신뢰’가 더 중요 판단

입력 2016-09-02 21:17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2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9층에서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문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식 사과를 하고 있다(위 사진). 미국 CNN방송은 이날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리콜 소식을 긴급뉴스로 전하면서 ‘가슴 아픈(Heartbreaking) 리콜’이라고 표현했다(아래 작은 사진). 삼성전자가 가슴이 아플 정도의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고 과감하게 내린 리콜 결정을 높게 평가한 표현이다. 김지훈 기자, CNN 캡처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 폭발 사고에 신속하게 선제적 조치를 내놨다. 문제가 발생한 지 2주도 되지 않아 전격적으로 전량 리콜을 결정했고,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배터리 교체 대신 비용 부담이 큰 신제품 교환 결정을 내렸다. 이는 땜질식 조치로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눈앞 이익보다 소비자 신뢰 우선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2일 “지금 노트7을 가지고 계신 분은 90%가량이 사전 예약을 통해 구입한 고객들”이라면서 “그분들을 생각할 때 단순히 배터리 교체만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신제품 교환’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폭발 원인이 배터리 문제여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배터리 교체만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비용 측면에서도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익보다는 고객과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고 사장은 “굉장히 마음이 아플 정도로 큰 금액이 든다”면서도 “금전 규모와 상관없이 안전, 품질, 고객 만족 등을 우선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250만대를 모두 리콜하면 비용만 약 2조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비용 부담은 크지만 이번 결정은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갤럭시 충성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초기 구매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게 됐다. 이들을 잃으면 앞으로 나올 제품의 흥행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고 노트7 관련 불확실성을 제거한 뒤 클린 이미지로 다시 시장에 나설 수 있다. 특히 7일 애플이 새 아이폰을 공개하기 전에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노트7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수거한 노트7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사다. 배터리를 교체하고 ‘리퍼비시’ 제품으로 판매하는 방안도 나올 수 있다. 과거 이건희 회장이 문제 있는 제품을 불태웠던 전례를 들어 이번에도 폐기 처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문제는 배터리 제조 과정 오류

삼성전자는 1일까지 서비스센터로 접수된 폭발 사고 건수가 35건이라고 밝혔다. 100만대 중 24대꼴로 불량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고 사장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임직원들은 폭발 사고가 난 노트7을 수거해 원인을 분석한 결과 배터리 셀 제조 과정에서 미세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을 발견했다.

배터리 자체의 구조적 문제는 아니고 제조 공정상 일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같은 배터리를 사용했더라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고 사장은 “극간의 눌림 현상, 절연 테이프 수축 등이 연달아 겹쳤을 때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트7 배터리는 삼성SDI와 다른 업체 한 곳 등 두 곳에서 공급하고 있다. 문제 배터리는 삼성SDI가 공급했다. 고 사장은 “함께 배터리를 개발하고 검증했던 저의 문제”라며 “개발할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공정상 품질관리 수준이 일부 미흡했던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중국에서 노트7을 계속 판매하는 이유는 다른 업체의 배터리를 탑재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불량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정밀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고 사장은 “이번을 계기로 품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검수 등 프로세스를 확실하게 잡겠다”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