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강경 드라이브 왜? ‘丁의장 길들이기’… 대선 정국 기선제압용

입력 2016-09-02 18:15 수정 2016-09-02 18:19
정세균 국회의장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면담을 마친 뒤 의장실을 나가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새누리당 원내부대표단인 이만희 김성원 권석창 의원(왼쪽부터)이 이날 오후 국회 의안과에 정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하는 모습. 뉴시스

새누리당은 2일 오후 정기국회 보이콧을 이틀 만에 풀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새누리당의 요구를 수용해 사회권을 국회부의장에게 넘기기로 결정했다.

새누리당은 국회를 파행시키는 데 대한 부담을 덜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보이콧은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우선, 순수한 불만이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정 의장이 개회사를 통해 당파적인 주장을 펼쳤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판사가 재판에서 자기 생각을 드러내고, 야구 심판이 한쪽 팀의 팬이라면 그 재판과 판정을 누가 승복하겠느냐”며 정 의장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이어 정 의장이 민주당 대표였던 2008년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중립을 지키라고 요구했던 사례를 거론하며 정 의장을 비판했다. 김성태 의원은 “민생을 위한 추경을 내팽개치고 사드 반대 등 국론 분열을 야기한 국회의장은 어느 나라 국회의장인가”라고 반문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정 의장의 개회사를 보니 우리가 여소야대 상황에 있고 국회의장 자리를 빼앗겼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 번째, ‘정 의장 길들이기’ ‘기선제압’ 의도도 깔려 있다.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인 정 의장의 임기는 2018년 5월까지다. 정 의장이 국회의장 자리에 있는 상태에서 대선을 치른다는 얘기다. 또 다른 새누리당 의원은 “정 의장이 민감한 대선 기간 좌파 포퓰리즘 법안을 직권상정해 여당을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면서 “의장실을 점거하면서까지 정 의장을 압박한 것은 정 의장의 기를 꺾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내부 단결용이다.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으로 쪼개져 싸우던 새누리당 의원들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비박 좌장인 김무성 전 대표는 정 의장이 개회사에서 사드 관련 언급을 하자 “나가자”며 분위기를 잡았다. 같은 당이지만 가시 돋친 말을 교환하던 친박의 조원진 이장우 최고위원, 김태흠 의원과 비박 권성동 김성태 김학용 의원이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파문이 국민의 관심에서 벗어나는 부수 효과도 기대하는 눈치다.

새누리당은 출구전략이 없어 고심했다.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이 국회 의사일정을 마냥 보이콧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정 의장이 사회권을 넘기라는 요구를 수용한 데 대해 놀라워하는 분위기였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이렇게 교착상태가 빨리 풀릴지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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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