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후폭풍’… 정부는 뭐했나

입력 2016-09-02 18:01 수정 2016-09-02 21:20
한진해운의 컨테이너선 한진 몬테비디오가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항 외곽 인근에 정박해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선박들은 세계 곳곳에서 운항 차질을 빚고 있다. AP뉴시스

한진해운 사태가 일파만파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밝힌 대책도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등 대비가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소매상 단체인 미국 소매업지도자연합회(RILA)는 1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와 연방 해사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한국 한진해운의 부도가 세계 물류 시스템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어 소비자와 전체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한국 정부 등과 협력해 눈앞에 벌어진 혼란과 피해를 시급히 수습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 유통업계는 최대의 쇼핑 시즌인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대규모 물량을 중국 한국 등 아시아에서 확보해 2개월 내에 들여와야 하는 상황이다. RILA의 샌드라 케네디 회장은 서한에서 “태평양을 통해 미국에 들어오는 화물의 7.8%를 차지하는 한진해운의 선박과 화물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상품들이 상점에 진열되지 못하고 컨테이너 순환이 안 되는 등 연쇄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화물 운임도 폭등했다. 부산과 미 로스앤젤레스 구간의 경우 컨테이너당 운임이 1700달러(약 190만원)에서 4일 만에 2300달러(약 257만원)로 치솟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진해운 사태로 컨테이너 54만개 분량의 화물 운송이 한 달 넘게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해운업 전문가들은 “법정관리에 따른 자산동결로 용선료와 운임 지급 등이 해결되는 데 수십일이 걸릴 수 있다”며 “그때까지 한진해운 화물선들이 운항을 못하면 파장이 어디까지 커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법정관리에 따른 단계별 시나리오를 준비해 왔다”고 설명했지만 상황은 정부 예측보다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산업은행·현대상선과 협의해 13척의 화물선을 7일까지 대체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발이 묶인 한진해운 선박은 컨테이너선 41척, 벌크선 4척 등 45척에 이른다.

해양수산부는 중소기업 화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해상 운송 관련 보험인 적하보험을 활용해 냉동화물 손상 등 화물 피해를 처리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실제 보상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적하보험은 화재나 침몰 같은 선박 사고로 인한 화물 피해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해운사의 경영난으로 인한 운항 지체 피해는 기본적으로 보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진해운 선박은 한국을 비롯한 7개국에서 정상 운항을 못하고 있다. 전남 광양과 중국 칭다오·샤먼·닝보·얀티엔, 싱가포르, 일본 나고야, 인도 나바샤바 등에서 하역 작업이 거부돼 입항하지 못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는 입항한 선박이 출항하지 못하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당국의 통항료 현금 지불 요구에 막혀 수에즈 운하를 지나가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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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방 신훈 강창욱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