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모프 대통령 사망 27년 우즈벡 철권통치 막 내려

입력 2016-09-02 19:08 수정 2016-09-03 00:19

이슬람 카리모프(사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향년 78세를 일기로 사망했다고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터키 정부도 카리모프 사망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27년에 걸친 우즈벡의 철권통치도 막을 내리게 됐다.

같은 날 우즈벡 정부는 성명을 통해 “카리모프가 급격하게 건강이 악화돼 위독한 상태”라고 밝혔다. 아직 사망을 공식 발표하지는 않은 상태다. 카리모프는 지난달 27일 뇌출혈로 쓰러져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카리모프의 고향 사마르칸트에서 묘지가 조성되는 사진이 보도되는 등 우즈벡 정부가 이미 장례를 준비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익명의 아프가니스탄 정부 관계자는 AP통신에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3일 열리는 카리모프 장례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키르기스스탄 외교관도 총리가 카리모프 장례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중앙아시아 전문 페르가나통신은 카리모프가 지난달 29일 오후 3시쯤 이미 숨졌다고 전했다. 페르가나통신의 다닐 키슬로프 편집국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카리모프가 죽었다고 99% 확신한다”고 말했다.

카리모프가 이미 사망했음에도 우즈벡 정부가 국정 혼란을 피하고 후계자를 선정하기 위해 사망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 후계 구도를 정리하기 위해 지도자 사망 사실을 뒤늦게 발표하던 옛 소련의 관례를 따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리모프는 중앙아시아에서 ‘무자비한 독재자’로 통했다. 1990년 옛 소련 시절부터 3선 연임을 금지하는 헌법을 고쳐가며 27년째 권좌를 지켜왔다. 2005년 동부 안디잔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를 무력 진압하면서 어린이와 여성 등 700여명이 숨져 국제사회와 인권단체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카리모프의 후계자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 정국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후계자가 소수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권위적 독재자가 권력 공백 상태를 남기고 떠났다”고 보도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