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공연장 인터미션은 화장실 줄 서는 시간?

입력 2016-09-04 20:21

Q : 롯데콘서트홀은 지난달 31일 정명훈이 지휘하는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콘서트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 공연에서 인터미션(중간 휴식시간)을 현행 15∼20분에서 30분으로 늘렸다. 이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인 편이다. 과연 인터미션으로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 것일까.

A : 서구 공연예술의 역사에서 공연장은 대대로 사교가 이뤄지는 곳이었다. 오페라나 발레의 경우, 막과 막 사이에 무대 전환을 하는데 시간이 걸린 탓도 있지만 관객들은 인터미션을 이용해 가벼운 식사를 하면서 다른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즐겼다. 과거엔 인터미션이 1시간 이상인 경우가 많았고, 지금도 바그너의 성지로 불리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선 인터미션이 1시간이다.

바쁜 현대로 올수록 인터미션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예전보다 공연을 시작하는 시간이 늦어졌기 때문에 늦게 끝날 경우 관객들의 귀가에 불편이 생기기 때문이다. 공연장 문을 늦게 닫을 경우 스태프들의 노동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문제다.

현재 국제적으로 클래식 콘서트나 발레의 인터미션은 15∼20분인 경우가 많다. 다만 오페라의 경우 2∼3번의 인터미션 가운데 한 번은 30∼40분 정도로 책정해 관객들이 가벼운 식사나 음료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의 가부키 공연 역시 과거보다 시간이 줄었지만 2∼3번의 인터미션 가운데 1번은 30분으로 책정하고 있다. 일본 관객은 이 시간에 주로 미리 주문해 놓은 도시락을 먹곤 한다.

한국에서 평일 공연 시작 시간은 오페라와 발레가 오후 7시반, 클래식 콘서트가 오후 8시다. 직장인들은 업무를 마치고 부지런히 뛰어와야 겨우 시간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저녁식사를 굶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인터미션도 15∼20분이라 화장실에 다녀오고 나면 끝나기 때문에 배를 곯기도 한다.

롯데콘서트홀의 ‘시몬 보카네그라’ 공연에서 관객들은 30분으로 늘어난 인터미션 시간에 가벼운 저녁식사를 하는 등 여유있게 즐기는 모습이었다. 일본 산토리홀을 모델로 공연장 안의 바에서 와인 등의 음료를 예약한 뒤 인터미션에 바로 즐길 수 있도록 한 것도 눈에 띄었다.

롯데콘서트홀은 9월에 예정된 장 기유 파이프오르간 리사이틀, 도이치 방송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에서도 인터미션을 30분으로 계획하고 있다. 인터미션 30분은 롯데콘서트홀이 개관을 앞두고 밝힌 ‘새로운 공연 문화’의 주요 방침 중 하나다. 롯데월드몰 8층에 자리잡은 롯데콘서트홀로서는 관객들의 몰 이용을 촉진시키는 효과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글=장지영 기자, 삽화=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