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의 이코노미스트는 거침없었다. 간담회장을 울릴 정도로 목소리도 크고 또렷했다. 박승(80·사진) 전 한국은행 총재가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전기요금제를 구시대 모델로 규정했다. 대기업 수출 위주의 낡은 엔진에서 벗어나 가계와 소비를 중심에 놓는 새 성장엔진이 한국경제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전 총재는 2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조찬강연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낡은 엔진의 대표 사례로 전기요금 누진제를 꼽았다. 박 전 총재는 “전기요금 생산원가는 113원인데 산업용은 ㎾당 82원이어서 적자이고, 가정용은 281원이라 흑자”라며 “한전은 산업용에서 밑지고 가정용에서 남겨 적자 메우고 올해 14조원 이득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계가 대기업을 부축하는 전형적 구시대 모델”이라며 “산업용은 올리고 가정용은 내려서 원가를 보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총재는 저출산·고령화로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점을 걱정하며 저소득 신혼부부에게 장기임대주택을 마련해주는 등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박 전 총재는 2002년부터 4년간 22대 한은 총재로 재임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박승 前 한은 총재 “대기업 특혜 전기요금제는 구시대 모델”
입력 2016-09-02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