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지금 파도가 빠져나가는 때… 그러나 곧 더 크고 아름다운 파도 올 것”

입력 2016-09-04 20:46

2001년 12월, 아르헨티나는 디폴트를 선언했다. 1320억 달러 외채에 대한 사상 최대 규모의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며 국가 부도를 맞았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극에 달했고,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무능한 정치인을 규탄했다. 그 시각 국회의사당 건너편의 사무실. 한 개신교 목회자가 로마가톨릭 추기경을 만나고 있었다. 목사는 가톨릭이 주류인 아르헨티나의 추락 책임이 가톨릭에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자 추기경은 목사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잘못을 시인했다. 추기경은 지금의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교황에게 직언했던 목회자가 최근 방한했다. 주인공은 아르헨티나 예수전도단(YWAM) 대표 알레한드로 로드리게스(56·사진) 목사로, 최근 한국예수전도단이 개최한 간사총회에서 메시지를 전했다. 강원도 횡성군 웰리힐리파크에서 만난 그는 수수했고 격의가 없었다. 그는 “교황과는 지금도 교제하는 사이다. 순수한 마음에서 조언할 뿐”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에큐메니컬(교회의 일치·연합 운동)을 반대하는 보수적 목사”라고 말했다.

로드리게스 목사는 ‘새로운 물결’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지금 파도가 친 다음 빠져나가는 시기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더 큰 파도인 ‘아름다운 쓰나미’를 기대하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파도가 빠져나갈 때는 치부가 드러난다. 교만과 무관심이다. 회개할 때가 온 것”이라며 “이럴수록 교회는 서로 비난할 게 아니라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스 목사는 26년 전, 해체 위기의 아르헨티나 예수전도단 대표직을 맡은 이후 지금까지 활동해왔다. 큰 결과를 바라기보다는 영적 민감성을 유지하며 내실을 다졌다. 하나님만 바랐다. 선교사를 파송할 뿐 아니라 복음이 사회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사명도 깨달았다. 그래서 정치인을 위한 중보기도센터를 마련해 국회의원들을 만났다. 추기경에게 직언했던 바로 그 사무실이었다.

그는 2001년 아르헨티나의 국가 부도 속에서 교회의 사명을 확실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하나님이 주신 말씀은 신자들은 교회당이 아니라 거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님의 음성은 분명했습니다. ‘교회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있어야 한다.’ 교회는 건물이 아닙니다.”

예수전도단은 영적 깊이를 추구하면서 선교하는 단체로 알려져 있다. 아르헨티나 예수전도단은 여기에 사회적 책임을 추가했다. 이를 위해 아르헨티나 각 지방정부 건물 안에 기도실을 설치했다. 조만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가스펠문화센터’도 열 계획이다. 그는 “사회 속에 복음이 스며들도록 하는 것도 선교이며 영적인 일”이라며 “기독교인은 빵을 부풀게 하는 효소인 누룩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예수전도단은 400여명의 전임간사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전 세계 15개국에 250여명의 선교사를 파송했다. 로드리게스 목사는 지난 20년간 70개국을 다니며 말씀을 전했다.

횡성=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