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미 정권의 실패, 좌우 프레임 벗어나 바라봐야

입력 2016-09-02 18:42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결국 탄핵을 당해 물러났다. 베네수엘라에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몰아내려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좌파 성향의 지도자다. 과테말라 아르헨티나 페루도 최근 대선에서 우파 정권이 들어섰다. 남미 12개국 중 10개국을 차지했던 좌파 벨트는 흔들리고 있다. 이런 흐름을 ‘좌파 정권의 몰락’으로 해석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좌파 정부여서 무너진 게 아니라 무능한 정부여서 실패했다. 복지와 안전망을 확대하는 정책에서 원인을 찾자면 이들보다 훨씬 급진적으로 복지정책을 펴온 북유럽 국가들의 성공을 설명할 길이 없다. 좌파에 정권을 10곳이나 내줬던 과거 남미 우파 정부들의 실패는 또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 호세프와 마두로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려면 원인 분석이 정확해야 한다.

남미 경제는 대부분 천연자원에 의존하고 있다. 석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의 등락과 남미 좌파 정권의 성쇠는 긴밀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호세프 이전 7년간 높은 지지율과 경제 성과를 함께 거뒀던 룰라 정부, 마두로 이전 미국에 맞서 독자 행보를 폈던 차베스 정부 시절은 세계 경제 호황에 남미 원자재가 비싸게 팔리던 시기였다. 두 좌파 정권의 자금줄이던 원자재값이 2010년대 들어 폭락하면서 브라질은 극심한 정치적 갈등에 휘말렸고, 베네수엘라는 생필품 부족 사태가 벌어질 만큼 경제 시스템이 망가졌다. 여유가 있을 때 경제 체질을 개선하지 못했고, 정치적 균열을 치유하지 못했고, 국가 운영체계를 정비하지 못했기에 위기가 닥치자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버린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우파 정부라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미래를 대비하는 건 이념이 아니라 능력의 문제다. 무능한 정부를 견제하지 못한 국민이 어떤 일을 겪는지 우리는 똑똑히 봐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