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청소년야구 강백호 ‘대호’ 예감

입력 2016-09-03 04:03

홈런 타구는 총알처럼 날아간다. 마운드에선 최고 구속 149㎞짜리 빠른 볼을 던진다. 한국 청소년야구대표팀에서 활약 중인 강백호(17·서울고·사진)는 투타를 모두 곧잘 소화하는 재미있는 선수다. 지난해 11월 한국 최초의 돔구장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가장 먼저 홈런을 때린 주인공도 바로 강백호였다.

181㎝ 90㎏. 머리부터 발끝까지 탄탄한 그의 몸을 보고 있노라면 ‘비밀병기’란 수식어가 절로 나온다. 강백호는 어렸을 때부터 타고난 신체 조건과 운동신경 덕분에 야구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야구 마니아인 그의 아버지도 아들이 방망이를 잡기를 강력히 원했다.

아시아야구 청소년대표팀의 박성균(성남고 감독) 코치는 어린 시절 강백호가 야구하는 모습을 보고 “얜 무조건 야구를 시켜야 해”라고 외쳤다고 한다. 그리곤 “지금 현재의 몸을 그대로 축소시켜놓은 게 (강)백호의 어린 시절 모습입니다”라고 회상했다.

강백호는 기대대로 무럭무럭 자랐다. 지금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고에 진학해 1학년 때부터 주전자리를 꿰찼다. 방망이를 가볍게 휘둘렀는데 족족 홈런으로 연결됐다. 강한 어깨를 앞세워 마무리투수로 등판하는 일도 잦았다. 대표팀 코치이자 평소 강백호를 지도 중인 유정민(서울고) 감독은 “투타가 되고 포수와 1루수까지 맡는 선수라 팀 기여도가 상당히 높아요. 앞으로 어떤 선수로 성장할지 참 궁금합니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강백호의 진가는 대표팀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지난달 31일 대만 타이중의 인터컨티넨탈 야구장에서 열린 제11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B조 예선 중국과의 경기에서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해 대표팀 첫 홈런을 터뜨렸다. 타구는 빠른 속도로 우측 담장을 향해 그대로 뻗어나갔다. 1일 태국전에서는 선발투수로 나섰다. 2이닝 동안 시속 140㎞ 이상의 빠른 볼로 태국 타선을 봉쇄했다.

타국 관계자들의 관심도 강백호에게 쏠렸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한 스카우트는 “2학년 선수인데 타구 속도가 굉장하다”며 감탄했다. 일본 매체의 한 기자는 “도대체 10번 선수는 몇 학년입니까? 몸이 왜 이렇게 좋습니까? 원래 투수랑 타자를 다 하는 선수입니까?”라며 연신 강백호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강백호는 “전국에서 야구 좀 한다는 선배들과 함께 운동할 수 있어 기쁘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은 포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또 “3학년 때도 꼭 대표팀하고 싶다”며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타이중=글·사진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