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국회 보이콧에 대해 야권은 일제히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지난 8년여간 야당의 설움을 털어내려는 듯 여당의 국회 일정 거부를 ‘민심 역주행’이라 규정하며 매섭게 몰아붙였다. 이면엔 신(新) 여소야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새누리당이 ‘자책골’을 넣었다는 분석이 놓여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서 “정기국회 시작부터 집권당이 보이콧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원인은 단 한 가지다. 지난 총선 국민 뜻을 여전히 모른다는 것”이라며 “국민은 여야 가리지 말고 통합해 민생을 (챙기길) 주문했다. 국회 보이콧은 국민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앞서 오전 광주에서 연 최고위원회에서도 “우병우(청와대 민정수석)의 ‘우(禹)’자에 경기를 하면서 박차고 나가버린 새누리당의 무책임성을 꾸짖지 않을 수 없다. 그를 사수하기 위해 민생을 종잇장처럼 버리느냐”고 비판했다.
더민주 핵심 관계자도 통화에서 “과거 여당 출신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논란이 벌어졌을 때 단 한 번도 사과를 받아본 적 없다”면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전날 새누리당 의원의 국회의장실 항의 방문을 두고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가 그러다 야당이 됐다. 야당 연습하느냐”고 꼬집었다. 더민주 의원들은 페이스북에서 “우리가 눈물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할 때 여당은 의장실을 점거한다”(표창원)거나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을 빗대 “사실상 감금이다”(유은혜) 등 조소 섞인 발언을 이어갔다.
야당은 이번 사태를 ‘꽃놀이패’로도 본다. 우선 정 의장과 새누리당의 갈등에서 촉발된 만큼 야당엔 정치적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더민주 한 중진 의원은 “이번 사건에서 야당은 상수가 아닌 일종의 종속변수”라며 “새누리당의 결정에 따라 우리 측의 대응 방안을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추가경정예산안을 야권 단독으로 처리하는 방안도 일부에서 논의됐지만 논란의 불씨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에 포기했다. 추경 통과가 지연될수록 여당에 부담이 될 것이란 해석도 한 이유다.
다만 새누리당의 대(對)야권 입장이 경색되는 데 따른 부담감도 있다. 강대강 대치 정국으로 협치 기조가 와해될 경우 야권도 공동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떤 일이 있더라도 국회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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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2野, 보이콧 난타 속내는? ‘與의 자책골’ 판단… 주도권 행사 자신감
입력 2016-09-02 18:14 수정 2016-09-02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