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테너 김우경 “‘마술피리’ 타미노 왕자 역만 벌써 120여회”

입력 2016-09-04 20:20
테너 김우경은 예술의전당이 제작한 오페라 ‘마술피리’의 주인공 타미노 왕자 역을 2년 연속 맡았다. 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한국어로 대사를 말하는 것은 낯선 경험”이라고 말했다. 구성찬 기자

서정적인 미성을 자랑하는 테너 김우경(39)은 20대 후반부터 한국 테너 최초로 런던 로열오페라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주역을 맡기 시작했다. 세계 메이저 오페라극장을 누비는 그가 한국 무대에 오른 것은 2011년 국립오페라단의 ‘파우스트’, 2015년 예술의전당의 ‘마술피리’ 그리고 올해 한양대 음대의 ‘토스카’ 등 세 번뿐이다. 그가 오는 23∼27일 재공연되는 예술의전당의 ‘마술피리’로 다시 돌아온다.

‘마술피리’는 모차르트 오페라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작품이다. 타미노 왕자가 밤의 여왕이 준 마술피리의 도움으로 파미나 공주를 구해내는 동화같은 이야기와 모든 장르를 섞어놓은 다채로운 음악 덕분에 어린이와 오페라 초심자용으로 특히 사랑받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타미노 왕자 역을 맡은 김우경을 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그는 “타미노 왕자는 쉽지 않은 역할이다. 고난도 테크닉을 구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격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드라마틱한 역할에 비해 어렵다”고 말했다.

2004년 전속가수였던 독일 드레스덴 오페라극장에서 ‘마술피리’에 처음 출연한 그는 이후 다양한 버전 속 타미노 왕자를 120여회 소화했다. 평소 그가 소화하는 레퍼토리의 90%가 이탈리아 오페라지만 단일 역할로 따지면 타미노 왕자가 가장 많다.

그는 “타미노 왕자를 워낙 많이 해서 모차르트 오페라가 내 장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2000년 초반 국제 콩쿠르에서 모차르트 오페라 아리아로 호평받은 것도 한몫 한 것 같다”면서 “하지만 내 목소리는 모차르트 오페라를 소화하기엔 다소 무겁다. 역할에 맞춰 목소리를 바꾸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마술피리’는 원래 이탈리아 오페라를 이해하지 못하는 독일 서민들을 위해 독일어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모차르트 당대에는 오페라보다는 뮤지컬에 가까웠다. 이 때문에 원작의 코믹한 대사들의 맛을 살리기 위해 예술의전당 ‘마술피리’는 독일어로 노래하되 대사는 한국어로 한다.

김우경은 “지난해 처음으로 무대에서 한국어 대사를 말한 경험은 정말 낯설었다. 독일에서 독일어 대사를 말할 때 독일 사람들보다 더 발음이 좋다고 칭찬받았는데, 지난해엔 한국 관객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역할 자체가 비현실적인데다 다소 어색한 대사 때문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대사를 자연스럽게 고치기로 했다”며 웃었다. 이어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국 창작오페라에 출연하고 싶다. 한국 사람인 만큼 우리 말로 노래부르고 싶다. 동요와 가곡도 많이 부르고 싶다”고 덧붙였다.

2012년 한양대 교수로 부임한 그는 최근 드레스덴에 있던 집을 팔았다. 강의와 병행하다 보니 해외 활동을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린 나이부터 커리어를 쌓아서인지 다소 지친 상태다. 낯선 도시의 호텔을 전전하며 혼자서 컵라면 끓여 먹고, 다음날 목소리가 제대로 날까 걱정하는 성악가의 삶은 쉽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앞으로도 오페라에 꾸준히 출연할 예정이다. 무대에 오르는 게 성악가의 보람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뮌헨 오페라극장에서 ‘나비부인’의 핀커톤 대령과 ‘카르멘’의 호세 역할로 데뷔하는 등 여전히 도전을 계속한다.

글=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사진=구성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