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0개월 허송세월… 뒤늦게 대책 마련 ‘허둥’

입력 2016-09-03 04:00
한진해운발(發) 물류쇼크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정부는 뒤늦게 후속대책 마련에 나서며 허둥대는 모습이다. 해운업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 방안이 검토된 지 10개월이 지났고,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경고가 꾸준히 나왔지만 그간 정부가 허송세월을 보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지난달 30일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 불가 방침을 밝히고 하루가 지난 31일 해양수산부는 해운·항만 대응반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이날에도 해수부는 한진해운 사태에 따른 피해액 규모를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해수부 측은 “피해규모를 얼마라고 말하기 어렵다. 추산해 보겠다”면서 한국선주협회 등 업계가 추산한 피해액을 대신 전했다.

비상대책회의에서는 한진해운이 가입된 해운동맹 CKYHE 등에 요청해 수송을 지원하고 물류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대책이 나왔다. 하지만 CKYHE에 소속된 선사들은 한진해운에 대한 채권단의 지원불가 방침이 정해진 직후 한진해운과 선복 공유를 중단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화주들에게 보냈다. 한진해운의 화물을 싣지 않겠다는 ‘선긋기’인 셈이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돌입 절차가 금융위원회와 채권단 주도로 진행되던 가운데 해수부가 논의에서 소외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정관리행 결정이 금융논리에 따라 이뤄지면서 해운업계가 대비할 정보나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우리도 진행 내용을 잘 알지 못할 때가 많았다”며 “법정관리 이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수출입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마찬가지다. 일단 수출입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부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다음 날인 1일 긴급 수출 현안 점검회의를 열었지만 “기계·타이어·자동차부품·석유업종 등을 중심으로 입항 거부, 압류 등에 따른 수송 지연이나 대체선박 확보 어려움, 운임 상승 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산업부가 내놓은 대책은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입 물류 애로사항을 모니터링하겠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부랴부랴 2일 물류업계 및 국내 선사들과 수출입 화물 비상운송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주로 업계의 하소연을 들었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선사들에 신속한 대체선박 투입, 항로조정 등을 통해 수출입 화물 운송에 차질이 없도록 조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국내 물류업계도 국내 선사 이용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세종=유성열 기자, 조민영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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