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의 후진성이 또다시 만천하에 드러났다. 4·13총선을 통해 새 피가 수혈됐음에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상대방을 자극하고 이에 조건반사적으로 응대하는 원초적 행태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1일 20대 첫 정기국회가 첫날부터 파행된 1차적 원인은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있다. 정 의장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출신이지만 지금은 엄연한 무소속이다. 하지만 그는 국회법이 정한 ‘중립 의무’를 스스로 깼다. 정 의장은 개회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비판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요구했으며 사드 배치 논란과 관련해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간 제기된 여러 의혹만으로도 우 수석이 사퇴해야 하며 사드를 다루는 정부 일처리 역시 매끄럽지 못하다는 게 시중의 여론이다. 그럼에도 특정 정당 목소리를 대변해서는 안 되는 국회의장이 개회사에서 할 말은 아니었다.
추경안 처리를 책임진 여당이 즉각 본회의를 보이콧하고 의장실을 점거한 행태도 비난받아야 한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 의장을 향해 ‘악성 테러균’이라는 저주까지 퍼부었다. 여기에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정 의장 편을 들면서 국회는 한순간에 패거리 싸움터로 변질돼 버렸다. 여당이 장관 청문회를 거부하고 야당 단독으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여야가 2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정상화 하기로 합의했지만 이와 유사한 사태는 4년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회는 중동의 화약고를 연상시킨다. 타협과 상생은 실종됐으며 오로지 상대방을 꺾지 못해 안달이다. 이대로 가면 역대 최악이라던 19대 국회를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대선과 맞물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앞 다퉈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어느 한 당이 다른 당의 유력 대선 주자를 공격이라도 한다면 국회고 뭐도 안중에도 없을 게 분명하다. 우리 국민들이 언제까지 이런 막장·저질 국회를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하다.
[사설] 초장부터 구태 드러낸 20대 국회 암울하다
입력 2016-09-02 1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