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발굴 더디고 용병 농사 흉작 삼성 추락엔 이유있다

입력 2016-09-02 20:56 수정 2016-09-03 00:39

삼성 라이온즈는 2010년대 리그를 호령하던 팀이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정규리그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렸다. 그런데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됐다. 리그 9위까지 추락하는 신세가 됐다. 시즌 막바지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이승엽과 최형우만 눈에 띌 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삼성은 해외 원정도박 파문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시즌을 시작했다. 임창용 안지만 등 최강 마무리와 불펜이 사라졌고, 박석민과 야마이코 나바로가 팀을 떠나면서 타선마저 약해졌다.

그래도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속담이 있듯 많은 전문가들이 삼성을 중상위권 전력으로 봤다. 하지만 시즌 중반 이후 처참하게 무너졌다.

삼성 몰락의 결정적인 원인은 용병 농사 실패다. 개막 전 영입된 3명의 외국인 선수가 모두 아웃됐다. 10개 구단 중 삼성이 유일하다. 2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했지만 새 얼굴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실제 콜린 벨레스터는 3패, 평균자책점 8.03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며 올해 외국인 선수 퇴출 1호가 됐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앨런 웹스터도 4승 4패, 평균자책점 5.70을 남기고 떠났다. 벨레스터의 대체 선수인 아놀드 레온은 단 두 경기만 뛰고 나가 떨어졌다. 요한 프란데도 2승 3패 평균자책점 7.20으로 크게 부진하다. 외국인 타자 아롬 발디리스는 시즌 내내 아킬레스건 부상을 호소하다 결국 지난 주 수술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류중일 감독은 “올해가 외국인 투수 때문에 가장 힘든 시즌이다. 이전에는 부침이 있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외국인 투수 4명이 거둔 승 수가) 6승이 전부”라고 허탈해했다.

또 하나는 선수 육성 실패다. 삼성은 4년 연속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하면서 신인급 선수 육성에 소홀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주전들의 노쇠화가 시작됐지만 대비가 전혀 없었다. 마운드에서 희망으로 떠오른 김기태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나마 15경기에 등판해 4승에 그쳤다.

삼성 팬들도 믿을 수 없는 성적에 탄식하고 있다. 그나마 이승엽과 최형우의 활약에 위안을 삼고 있다. 이승엽은 올 시즌에도 3할 타율에 100타점 이상 타점을 때려내며 녹록치 않은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또 개인 통산 1995안타를 기록, 역대 8번째 통산 2000안타 달성 초읽기에 들어갔다.

고독한 4번 타자 최형우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타율 1위, 타점 2위다. 지난달 18일 kt전에선 사이클링히트라는 대기록도 수립했다. 그래도 최고의 목표는 팀 성적이다. 최형우는 “팀이 5강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팀원들과 함께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