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류갑희] 농업 수출의 새 패러다임

입력 2016-09-02 18:15

정부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농산업 분야 수출이 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제까지 수출 내용을 보면 주로 농식품 위주의 완제품이나 종자, 비료, 농자재, 농기계 등 단일 품목 중심이었다. 기존의 단일 품목과 완제품 중심의 관행적인 수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종자, 비료, 농기계 등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농자재와 스마트팜(smart-farm) 같은 신기술을 융복합해 같이 수출해보면 어떨까.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농업은 종합적 응용과학이며 동시에 바이오 융복합 기술로 인식된다. 우리 농업기술 수준은 세계 5위권이다. 따라서 종자, 비료, 농자재, 농기계뿐 아니라 농업기술까지 패키지화한 기술 수출을 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자면 몇 가지가 선행돼야 한다. 먼저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환경 분석이 필요하다. 나라마다 기후, 토양, 병충해 등 재배 환경과 작물별 재배 기술이 다르다. 따라서 종자, 농자재, 농기계류 등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수출 대상국 농업 현장에서 적응성 시험을 반드시 해봐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국내 농산 업체들은 우수한 농업기술들을 보유하고도 패키지 수출 경험, 네트워크, 자본 부족 등으로 해외 적응성 실증 테스트를 해보기는 어렵다.

농업진흥청 산하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지난해부터 국내 농산 업체와 함께 K-Farm 기술 수출을 위해 해외 현지 실증농장(test-bed)에서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종자에서부터 농자재, 농기계 그리고 작물재배 시스템 등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 수출하는 종합 패키지 기술 수출 사업, 일명 ‘K-Farm 기술 수출 프로젝트’다. 그 첫 상대는 중국 헤이룽장성에 위치한 거대 농업 국영 기업인 ‘북대황그룹’이다. 작년에 그룹에서 운영하는 실증 농장인 ‘보천령농장’에서 벼 생육과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우리 농자재와 재배 기술을 패키지로 투입했고, 그 결과 우리 농자재와 작물재배 기술의 우수성이 입증됐다. 올해는 기존 테스트 베드보다 20배 넓은 면적으로 시험 확대와 투입 제품의 직수입 의사를 밝혔고, 농진청에서 개발한 측조시비기 300대도 수출하게 되었다. 동시에 옥수수, 채소 등 밭작물에 대한 신규 테스트 베드 운영과 시설, 기계, 종자 분야의 협력 확대도 요청했다. 올 하반기에는 해외 테스트 베드 사업을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까지 확대해 최대 10개 농산 업체가 참여토록 할 계획이다.

K-Farm 기술 수출은 우리 농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대안이 충분히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거점 국가별로 현지 적응성과 효과 입증, 전시와 홍보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현지 실증농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실증농장 구축은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수출 사업이 될 것이며, 운영과 교육을 위한 전문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해외 신규 고용창출 효과도 발생하게 된다.

한국농업도 변하고 있다. 노동집약적 소규모 복합영농에서 시설 자동화와 기계화 전업농 또는 기업농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고령화와 자동화를 위한 연구·개발 및 농기계 관련 기술 수준도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제 농업 수출도 제품 위주에서 기술 수출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수출 전략이 과거에만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농업 수출의 새로운 돌파구를 ‘K-Farm 기술 수출 프로젝트’를 통해 찾아보면 좋겠다.

류갑희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