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타운大 “178년 前 대학 빚 갚기 위해 노예 272명 팔았다”

입력 2016-09-03 04:01
조지타운대학 전경

미국 워싱턴DC의 명문 조지타운대학이 과거 대학 소유 농장에 노예를 두고 있었고, 노예 매매를 재정 확충 수단으로 활용한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이 대학은 특히 178년 전 대학의 빚을 갚기 위해 노예 272명을 팔았다며 이 노예의 후손들에게는 입학사정 시 특전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존 J 드조이아 조지타운대 총장은 1일(현지시간) 대학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과거 선조들의 노예제 잘못을 치유하는 것은 그 유산을 직시하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노예들과의) 화해를 위한 예배를 드리고, 노예 후손들을 도울 것이며, 기념 건물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명문대 중 노예제를 운영한 곳은 하버드, 브라운 등 10여개 대학에 이르지만 노예제를 공식 사과하기는 조지타운대가 처음이다.

조지타운대가 노예 매매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한 것은 지난해부터 인종차별 철폐운동 차원에서 벌어진 학생들의 시위에서 비롯됐다. 조지타운대 학생들은 대학이 과거 노예제로 벌어들인 수익을 밝히라고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드조이아 총장은 지난해 9월 교직원과 동문, 교수, 학생들로 구성된 ‘노예제 화해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또 총장이 직접 조지타운대 노예의 후손들을 방문했다.

드조이아 총장은 이날 노예제 화해위의 활동 성과를 담은 104쪽짜리 보고서를 공개하고, 화해의 조치로 우선 학교 건물 2개의 이름을 흑인 이름으로 바꿨다. 하나는 1838년 루이지애나로 팔려간 조지타운대 소속 노예 중 한 명의 이름을 딴 ‘아이삭 홀’로, 또 하나는 19세기에 흑인 여성들을 위한 학교를 세운 여성 흑인 교육자의 이름을 따 ‘앤 마리 베크래프트 홀’로 각각 명명했다. 이 건물의 종전 이름은 당시 노예 매매를 주도한 대학 총장들 이름이었다.

드조이아 총장은 또 팔려간 노예 후손들이 조지타운대를 지원할 경우 입학특전을 주기로 했다.

그는 그러나 조지타운대 노예 후손들이 요구한 장학금 혜택과 노예제 화해위 참여 조건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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