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쭐’난 태극전사, 시리아 대파 특명

입력 2016-09-02 20:58
한국 축구 대표팀의 주장 기성용이 지난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공격과 수비를 조율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기성용은 경기 후 "오늘 이겨 자신감을 가지게 됐지만 쉽게 갈 수 있는 경기에서 실점을 해 아쉽다"며 "이란이 강하기 때문에 그전까지 3승을 해야 한다. 그러면 수월하게 이란전을 대비할 수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뉴시스

‘슈틸리케호’가 중국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3대 2 승)에서 혼쭐났다. 한국이 2차전에서 만나는 상대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5위의 약체 시리아다. 그러나 한국은 시리아를 쉽게 이긴 적이 한 번도 없다. 태극전사들은 중국과의 1차전에서 드러난 약점들을 보완해 시리아전에선 다득점 승리를 거둬 명예회복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3대 약점을 보완하라

한국은 중국전에서 3가지 약점을 노출했다. 우선 후반 급격한 체력 저하다. 후반 25분쯤부터 한국의 공격을 이끌던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기성용(스완지시티),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유럽파의 발이 무거워졌다. 유럽 시즌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체력이 충분히 올라오지 않은 탓이었다. 또 장거리 비행에 따른 피로와 시차 적응 문제도 있었다. 한국이 헉헉대자 이번 경기를 위해 고지대인 쿤밍에서 합숙훈련까지 한 중국은 후반 29분과 32분 잇따라 골을 뽑아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3-2로 추격을 당하자 지친 구자철, 이청용, 손흥민을 빼고 황희찬, 이재성, 정우영을 투입해 급한 불을 껐다.

중국의 첫 만회골이 터졌을 때 한국의 조직력을 다잡는 리더가 보이지 않았던 건 아쉬웠다. 슈틸리케호는 지난 6월 치른 스페인, 체코와의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리더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한국은 스페인의 현란한 개인기에 우왕좌왕하다 1대 6으로 참패했다. 어수선한 대표팀 분위기를 다잡은 것은 코칭스태프가 아니라 35세의 베테랑 수비수 곽태휘였다. 그는 체코전(2대 1 승)을 앞두고 선수들을 집합시켜 정신력 부분에 대해 강조했다.

스페인전에서 후반 교체 출전했던 곽태휘는 체코전에서 선발 출전해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쉴 새 없이 뛰며 후배들을 독려했다. 스페인전에서 무너진 한국 수비진은 곽태휘를 중심으로 견고한 벽을 쌓아 체코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스페인전에선 잔뜩 주눅이 들었던 선수들은 체코전에선 자신감이 넘쳤다. 그 차이를 만든 것이 바로 리더의 유무 여부였다. 과거 대표팀의 주장을 맡았던 김남일, 박지성은 위기 대처 능력과 카리스마로 대표팀의 중심을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질적인 수비 불안 문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첫 실점은 A매치 데뷔전에 나선 오재석의 실책성 수비에서 비롯됐다. 오재석이 상대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완벽히 걷어내지 못한 바람에 골문 앞에 있던 우하이가 왼발 슈팅을 날려 골을 만들었다. 한국의 두 번째 실점은 장현수가 우레이의 돌파를 막다 페널티지역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프리킥을 허용한 탓이었다. 위험 지역에서 경고를 받으면서 파울을 내준 장현수의 수비는 아쉬웠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마지막 20여 분을 남기고 너무 느슨해진 것 같다”며 “첫 번째 실점은 실수였고, 곧장 또 골을 내주면서 정신력이 흐트러질 수 있는 상황이 나왔다. 몇몇 선수들은 풀타임을 뛰는 데 어려움을 보인 것 같다.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나오며 위기를 맞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시리아전 다득점 승리 부탁해

한국은 오는 6일 오후 9시 말레이시아 파로이 스타디움에서 시리아와 2차전을 치른다. 시리아는 2차 예선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E조에서 6승2패를 기록한 시리아는 일본(7승1무)에 이어 조 2위로 최종예선 티켓을 따냈다. 2패는 모두 일본에 당했다. 시리아는 일본과의 홈경기에서 0대 3으로 무너졌고, 원정경기에서는 0대 5로 참패했다. 주목할 사실은 시리아가 8경기를 치르는 동안 무려 26골을 뽑아냈다는 것이다. 일본의 27골과는 1골 차밖에 나지 않는다.

한국은 시리아와 6번 맞붙어 3승2무1패를 기록했다. 2006년 이후로는 2승2무로 우위에 있다.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예선에서 2대 1 승리와 1대 1 무승부를 거뒀고, 2009년과 2010년 친선경기에서 각각 1대 1 무승부와 1대 0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매번 시리아의 수비 축구에 막혀 고전했다. 이번 2차전에서 일본처럼 시리아의 밀집수비를 깰 비책을 마련한다면 충분히 다득점 승리가 가능하다. 시리아는 2일 우즈베키스탄과의 1차전에서 0대 1로 패했다.

한편 일본은 전날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B조 1차전에서 아랍에미리트(UAE)에 1대 2로 패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