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투병하던 아내·돌보던 남편, 실종 하루 만에 야산서 숨진 채 발견

입력 2016-09-02 00:07
암 투병 중인 아내를 돌보던 남편과 아내가 실종 하루 만에 야산에서 나란히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1일 오전 11시쯤 전남 순천시 서면 청소년수련관 인근 야산 나무에 A씨(68) 부부가 나란히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주변을 수색하던 의무경찰대원이 발견했다.

A씨 부부는 아내 B씨가 60번째 생일을 맞은 전날 오전 10시50분쯤 야산으로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목을 맬 나일론 끈을 가지고 산으로 올라간 부부의 마지막 길을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고 입을 모았다.

31일 오후부터 A씨 부부와 연락이 닿지 않은 아들이 순천시 용당동 소재 부모의 아파트를 찾아갔다가 4쪽 분량 유서를 발견하고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을 통해 부부의 마지막 위치를 파악하고, 경력을 동원해 수색을 벌여 이들을 발견했다.

폐암 환자인 B씨는 두 달 전부터 심한 두통으로 병원을 방문했다가 암세포가 뇌까지 전이됐다는 사실을 알고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으나 병세가 호전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녀는 “어머니가 2달 전 말기 암 판정을 받았으며 아버지가 이를 알고 많이 힘들어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폐암 말기 환자인 아내의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하며 혼자 떠나보내지 못하고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순천=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