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3:1, 3:2 中 축구 굴기 꿈틀… 그래도 공한증은 쭉∼

입력 2016-09-02 00:20
이청용(왼쪽 세 번째)이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 후반 18분에 헤딩슛으로 추가골을 넣은 뒤 지동원을 끌어안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구성찬 기자
작은 사진은 노란색 상의를 입은 중국 응원단 룽즈두이가 중국의 첫 번째 골이 들어가자 환호하고 있는 모습. 구성찬 기자
0-3으로 무너졌던 중국 ‘축구 굴기(?起·우뚝 섬)’는 일어나고 또 일어났다. 1-3이 됐고, 2-3이 됐다. 한국이 쉽게 이길 것 같았던 경기는 오리무중으로 빠졌다. 중국의 막판 파상공세는 무서웠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야 경기장 밖에 서서 속을 태우고 있던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신승이었다.

한국은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에서 상대의 자책골과 이청용, 구자철의 연속골을 앞세워 3대 2로 이겼다. 중국과의 역대 전적은 18승12무1패가 됐다. 한국은 오는 6일 말레이시아 세렘반의 파로이 스타디움에서 시리아와 2차전을 치른다.

공한증(恐韓症)은 계속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지동원이 출격했다. 좌우 날개에는 손흥민과 이청용이 포진했고, 구자철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기성용과 한국영이 호흡을 맞췄다. 포백 수비라인엔 오재석, 김기희, 홍정호, 장현수가 섰다. 골문은 정성룡이 지켰다.

한국은 경기 주도권을 잡고 침착하게 밀어붙이는 정공법으로 중국을 상대했다. 기다렸던 한국의 선제골은 전반 21분에 나왔다. 손흥민이 페널티지역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날카로운 프리킥을 날렸다. 지동원의 헤딩슛은 중국 수비수 정쯔의 발에 맞고 그대로 골이 됐다. 추가골은 후반 18분에 터졌다. 지동원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이청용이 문전 오른쪽에서 솟구쳐 올라 헤딩슛으로 마무리했다. 2분 후 또 골이 터졌다.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손흥민이 찔러 준 낮은 크로스는 지동원을 거쳐 구자철의 왼발에 걸려 골이 나왔다.

만만찮은 중국 ‘축구 굴기’

약체가 강호를 상대하는 정석은 수비에 치중한 뒤 역습에 나서는 것이다. 가오홍보 감독이 이끄는 중국도 이 같은 공식을 따랐다. 수비수들은 페널티지역 앞쪽에 5백 진을 친 뒤 한국 진영으로 넘어오지 않았다. 나머지 선수들은 중원에 웅크렸다. 중국은 간간이 공격에 나섰지만 전반 한국의 수비 그물망에 걸려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진 못했다. 중국은 역습 상황에서 우레이에게만 공을 찔러 줬다.

하지만 중국은 0-3으로 뒤지자 수비라인을 올리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더니 후반 29분(위하이)과 31분(장샤오빈) 순식간에 두 골을 터뜨려 2-3까지 따라붙었다. 월드컵 본선 진출과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엄청난 투자를 하며 축구 굴기를 주창하고 있는 중국은 이번 경기에서 만만찮은 경기력을 펼쳐 보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쉬운 경기가 아니었다”며 “전반과 후반 양상이 다르게 진행됐다. 전반 우리의 점유율이 70% 이상 될 정도로 잘 싸웠지만 후반엔 잠깐 집중력이 흐트러져 쉽게 이길 경기를 어렵게 마무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최종예선 첫 경기를 어렵게 이긴 게 나쁘진 않다. 오늘 경기를 통해 보완할 점을 찾을 수 있었고, 선수들은 70분 동안 잘했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빨강과 노랑의 ‘응원 전쟁’

빨간색 상의의 ‘붉은 악마’와 노란색 상의의 ‘룽즈두이(龍之隊)’가 벌이는 응원전은 또 다른 볼거리였다. 경기가 시작되기 두 시간 전부터 원정팀 관중석은 노란색으로 넘실댔다. 룽즈두이는 이따금 함성을 지르거나 노래를 부르며 위세를 과시했다.룽즈두이는 중국 국가가 울리자 두 개의 대형 오성홍기를 펼치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붉은악마는 애국가 연주 때 더 큰 태극기를 펼치며 맞불을 놓았다.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 룽즈두이는 마치 홈경기에 온 것처럼 열광적으로 응원하기 시작했다. 붉은 악마도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대응에 나섰다. 중국이 잇따라 실점하자 룽즈두이는 실망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러나 중국이 3-2로 추격하지 다시 열광적으로 응원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경기에선 졌지만 응원전에선 비겼다. 붉은 악마와 룽즈두이는 모두 훌륭한 서포터스였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