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출신 의원 “퇴비 냄새 심하다” 민원 한마디에… ‘호들갑 행정’ 논란

입력 2016-09-01 21:33

세종시에 지역구를 둔 총리 출신 7선의 무소속 이해찬 국회의원이 주민들의 ‘퇴비냄새’ 민원을 세종시에 제기하자 행정부시장이 직접 현장에 나가는 등 호들갑을 떨어 과잉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세종시청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 18일 전동면 자신의 전원주택 주변에서 퇴비 냄새가 심하다며 세종시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주변 주민 30∼40명이 악취 민원을 제기해 총리 때 함께 근무했던 행정부시장에게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며 “일부 주민은 악취가 너무 심해 다른 곳에 있는 친척 집에 가서 자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시청 간부들이 수시로 현장에 나갔고 퇴비를 뿌린 농민 A씨를 만나 해결책을 찾기에 바빴다. 행정부시장도 현장에 나가 실태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 환경정책과는 이 의원 집 근처에서 문제의 퇴비를 회수, 전문기관에 성분분석을 의뢰하기까지 했다. 일반적으로 퇴비 냄새 민원은 밭을 갈아엎거나 냄새 제거 약을 뿌리는 선에서 끝나는데 수거까지 하게 한 것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종시청의 요란한 대응에 농민 A씨는 사흘 뒤인 21일 이 의원 주택 인근 밭에 뿌린 퇴비 15t가량을 모두 수거했다. A씨는 지난 10일쯤 900여㎡ 밭 절반에 아로니아를 재배하려고 퇴비를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돼지 똥을 직접 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세종시당은 성명을 내고 “농민의 생계 터전인 농지 근처로 국회의원이 이사를 했다고 퇴비를 수거하면 어떻게 농사를 지을 수 있냐”며 “축산시설 악취로 고생하는 수천명 민원보다 전동면에 거주하는 한 사람의 악취 문제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세종시 행정을 시민들이 어떻게 볼지 의문”이라고 비난했다.

대전=정재학 기자jhjeong@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