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난 수출, 단기 회복인가 착시 효과인가

입력 2016-09-02 00:06

수출이 2014년 12월 이후 20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수입도 2014년 9월 이후 23개월 만에 늘었다. 우리 경제가 ‘불황형 흑자’ 기조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보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한 401억27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수입은 348억2400만 달러로 0.1% 증가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53억300만 달러로 55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마침내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 웃을 수만은 없다.

좋은 숫자만 내세운 착시효과

우선 지난해 8월 수출 실적이 워낙 좋지 않았다. 391억 달러로 월별 기준으로는 지난해 유일하게 400억 달러 아래였다. 유가 급락으로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이 떨어지며 수출이 줄었다.

그 당시와 비교해 올해 8월 수출이 2.6% 늘었으니 증가했다기보다 약간 회복됐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정부는 주력품목의 수출물량이 증가하고 단가도 회복한 것을 수출 증가 이유로 꼽았다. 정승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주력 수출품목이 증가한 영향을 받았다”며 “자동차 업계 파업만 없었다면 약 5%의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설명과 달리 장밋빛 지표만 내세운 착시효과라는 반론도 있다. 최근 5년간 8월 수출 실적과 비교하면 지난달 수출 실적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좋지 않았다. 바로 한 달 앞의 수출액 410억 달러와 비교해도 9억 달러가 줄었다.

정부가 내세운 수출물량과 수출단가에도 왜곡된 부분이 있었다. 동일한 기간의 데이터를 적용한 게 아니었다. 수출물량은 전년 동월 대비 늘었고 수출단가는 전월인 7월에 비해 회복된 것이다. 수출단가는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오히려 하락했다. 수출물량도 일부 품목만 증가했지만 모든 수출물량이 증가한 것처럼 표현했다.

여기에 해외 신학기의 컴퓨터 교체 수요가 늘고 갤럭시 노트7 등 신제품 출시 등 단발성 이벤트가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을 일시적으로 늘렸다. 조업일수가 이틀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반짝 효과로 끝날 것인가

정부도 20개월 만의 수출 증가세가 계속 이어질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유가 하락 등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미국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도 부담이다.

정 실장은 “주력 품목들의 수출물량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외부 요인이 문제”라며 “환율, 유가 변동,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수출이 증가세를 이어간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그나마 하락세였던 반도체나 평판디스플레이 등의 수출단가가 회복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대(對)중국, 미국, 중동 수출의 감소율도 한 달 전보다 개선됐다. 중국은 일반기계와 무선통신기기 등 수출 호조로 지난해 9월 이후 최소 감소율인 -5.3%를 기록했다. 미국 역시 반도체와 가전, 타이어 등의 수출 호조로 7월 두 자릿수(-14.4%)였던 감소율이 8월엔 -4.8%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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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