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 물가가 16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국제 유가 하락세로 안 그래도 낮은 물가가 더 낮아진 이유는 전기요금에 있다.
통계청은 1일 지난달 전기요금이 누진제 조정으로 낮아져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0.4%에 그쳤다고 밝혔다. 지난 2∼4월만 해도 1%대를 유지하던 물가상승률은 5월 0.8%로 하락한 이래 연속 4달째 0%대에 머물고 있다. 한국전력이 7∼9월 전기요금 누진 구간을 50㎾씩 완화해 전기료 자체가 싸진 영향이다.
폭염으로 전기요금 폭탄을 경험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와 닿지 않는 설명이다.
통계청은 8월 전기요금이 크게 낮아져 전기·수도·가스요금이 12.6% 떨어졌고 이것이 전체 물가상승률을 0.57% 포인트나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전기, 수도, 가스요금 중에서도 전기료 하락폭이 12.9%로 가장 컸다. 그런데 실제 지난달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은 소비자들은 무더위로 치솟은 요금 액수에 ‘폭탄’을 맞은 경우가 많다.
이런 차이는 통계청 조사는 실제 소비자가 지불한 지출액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기준가격을 조사하기 때문에 빚어졌다. 한전이 누진 구간을 완화해 지난해 8월에 비해 같은 양의 전기를 썼을 때 적용되는 전기요금 기준이 낮아졌다. 전기를 많이 써서 요금 청구액이 는 것은 조사의 대상이 아니고, 단위당 단가를 기준으로 비교하기 때문에 통계 수치가 실제 소비자 체감과 달라진 셈이다.
또 다른 착시 가능성도 있다. 전기요금은 사용량에 따라 기준치가 달라지는 누진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보다 훨씬 더 더웠던 올해 8월 실제 사용량이 훨씬 높아지면 누진 구간이 높아져 전기요금의 기준가격 자체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개개인의 입장에서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그 경우 역시 기준가격의 변화라기보다는 많이 소비한 선택의 결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물가 속에도 농·축·수산물 물가는 1% 상승했다. 이 역시 폭염의 여파다. 특히 수산물은 6.5% 상승해 물가상승률을 0.07% 포인트 끌어올렸다.
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 상승했고 이 중 집세는 2.5% 올라 서비스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전기요금 때문에 물가 낮아졌다?
입력 2016-09-02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