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일 예정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를 넘겨받을 경우 러시아인의 거주권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는 러시아가 주최하는 동방경제포럼 참석차 이날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푸틴을 만날 예정이다.
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러시아가 쿠릴열도 4개 섬을 반환하면 현재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러시아인 1만7000명의 거주권을 허용하겠다고 방침을 정했다. 60년 넘게 이어져온 영토분쟁 해결에 속도를 내고 쿠릴열도를 받을 시기와 조건 등에 대한 협의를 진전시키겠다는 의도다.
아베 총리는 전날에는 러시아 국영전력사 ‘루스기드로’에 340억엔(약 3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어 러·일 경제협력 담당 자리를 신설해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대신에게 겸임을 맡겼다.
일본의 태도가 러시아와의 대립구도에서 ‘구슬리기’ 전략으로 바뀐 것은 지난 5월 러·일 정상회담부터다. 아베는 당시 영토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러시아인의 이익, 희망을 존중하는 ‘새로운 접근’을 구체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쉽사리 쿠릴열도를 일본에 넘겨줄지는 미지수다. 1956년에도 구소련이 일본에 쿠릴열도의 2개 섬(시코탄, 하보마이)을 넘겨준다고 제의했지만 일본이 4개 섬을 달라고 주장해 무산됐다. 쿠릴열도는 2차 대전 종전 후 러시아 영토로 편입됐으나 일본은 꾸준히 영유권을 주장해 왔다. 러시아는 전승국과 패전국의 배상문제를 규정한 샌프란시스코 조약(1951년) 등을 근거로 맞서고 있다. 쿠릴열도는 지하자원이 풍부해 경제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글=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日 “쿠릴 4개섬 반환하면 러시아인 거주 보장”
입력 2016-09-01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