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 빅아일랜드 코나한인선교교회 김교문(55) 목사는 현지에서 세계 3대 커피로 통하는 ‘코나(Kona) 커피 투어’ 무료 가이드로 유명하다.
김 목사는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적도 없지만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코나커피 장인’이다. 최근 ‘코나커피, 코나생각’(책과나무)을 펴내고 일시 귀국했다. 그 코나커피로 삶에 지친 영혼을 위로하는 코나커피 장인을 지난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났다.
경기대 건축과 출신으로 안양대 신대원에서 신학을 공부한 김 목사의 꿈은 워싱턴 DC에서 영성과 열정이 살아 넘치는 큰 교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2002년 코나에서 안식년을 보낸 것이 인연이 돼 4년 뒤 코나한인교회 담임목사가 됐다. 그러나 정작 그의 마음은 미국 본토를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생각했다. 김 목사는 틈만 나면 하루 빨리 코나를 탈출하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하늘의 음성은 정반대였다. “코나는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가는 곳이다. 빠르면 절대로 볼 수 없단다. 손에 쥐어지는 무엇인가를 성취하려는 네 마음을 내가 모르겠느냐. 지나 온 시절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거라. 네 사명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2010년 어느 날, 김 목사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버려진 영혼이 안치된 곳을 발견했다. 1903년 조국을 떠나 커피 농장에 정착했던 우리나라 첫 이민세대, 그들이 묻힌 현장을 발견한 것이다.
김 목사는 코나 지역 야생 대나무 숲, 긴 세월로 무덤을 뒤덮어 빛이 들어오지 않고 어두침침한 묘지 속으로 들어갔다. 돌무덤이 널려 있었고, 오른쪽 입구에 비석이 하나 보였다.
“정복수라는 이름이었어요. 1938년 9월 4일 56세로 사망하신 분입니다. 희미해서 잘 알아볼 수 없었지만 40여 명 정도 신원을 확인하는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결심했습니다. 말이 이민이지 중노동에 시달리다 작고한 분들이셨을 겁니다.”
이 때부터 김 목사는 하와이를 찾는 한국 관광객들을 돌무덤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선조들의 이민 역사를 설명하는 일을 시작했다. 김 목사는 요즘 일본인 농장 후손의 땅 한 모퉁이에 돌무덤이 되어 누워있는 분들이 편히 잠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선교 열정을 바치고 있다. 하와이 코나이민박물관 건립은 그래서 그의 간절한 선교 소망이다.
“코나에 있는 돌무덤을 보기 전, 어느 날 미국의 한 교회 묘지에서 한인 이민 선조의 묘를 봤습니다. 그 때 이들이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던 장면과 조국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 모습은 오늘날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부터 마음을 두게 됐습니다. 섬을 사랑하게 되니까 할 일이 보이더군요(웃음).”
글·사진=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美 하와이 코나한인선교교회 김교문 목사 “하와이 코나이민박물관 건립은 내 사명”
입력 2016-09-01 2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