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와이 코나한인선교교회 김교문 목사 “하와이 코나이민박물관 건립은 내 사명”

입력 2016-09-01 20:36
김교문 목사가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 빌딩 앞에서 “커피 한잔을 통해서도 그분의 부르심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는 코나커피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미국 하와이 빅아일랜드 코나한인선교교회 김교문(55) 목사는 현지에서 세계 3대 커피로 통하는 ‘코나(Kona) 커피 투어’ 무료 가이드로 유명하다.

김 목사는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적도 없지만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코나커피 장인’이다. 최근 ‘코나커피, 코나생각’(책과나무)을 펴내고 일시 귀국했다. 그 코나커피로 삶에 지친 영혼을 위로하는 코나커피 장인을 지난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났다.

경기대 건축과 출신으로 안양대 신대원에서 신학을 공부한 김 목사의 꿈은 워싱턴 DC에서 영성과 열정이 살아 넘치는 큰 교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2002년 코나에서 안식년을 보낸 것이 인연이 돼 4년 뒤 코나한인교회 담임목사가 됐다. 그러나 정작 그의 마음은 미국 본토를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생각했다. 김 목사는 틈만 나면 하루 빨리 코나를 탈출하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하늘의 음성은 정반대였다. “코나는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가는 곳이다. 빠르면 절대로 볼 수 없단다. 손에 쥐어지는 무엇인가를 성취하려는 네 마음을 내가 모르겠느냐. 지나 온 시절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거라. 네 사명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2010년 어느 날, 김 목사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버려진 영혼이 안치된 곳을 발견했다. 1903년 조국을 떠나 커피 농장에 정착했던 우리나라 첫 이민세대, 그들이 묻힌 현장을 발견한 것이다.

김 목사는 코나 지역 야생 대나무 숲, 긴 세월로 무덤을 뒤덮어 빛이 들어오지 않고 어두침침한 묘지 속으로 들어갔다. 돌무덤이 널려 있었고, 오른쪽 입구에 비석이 하나 보였다.

“정복수라는 이름이었어요. 1938년 9월 4일 56세로 사망하신 분입니다. 희미해서 잘 알아볼 수 없었지만 40여 명 정도 신원을 확인하는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결심했습니다. 말이 이민이지 중노동에 시달리다 작고한 분들이셨을 겁니다.”

이 때부터 김 목사는 하와이를 찾는 한국 관광객들을 돌무덤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선조들의 이민 역사를 설명하는 일을 시작했다. 김 목사는 요즘 일본인 농장 후손의 땅 한 모퉁이에 돌무덤이 되어 누워있는 분들이 편히 잠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선교 열정을 바치고 있다. 하와이 코나이민박물관 건립은 그래서 그의 간절한 선교 소망이다.

“코나에 있는 돌무덤을 보기 전, 어느 날 미국의 한 교회 묘지에서 한인 이민 선조의 묘를 봤습니다. 그 때 이들이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던 장면과 조국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 모습은 오늘날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부터 마음을 두게 됐습니다. 섬을 사랑하게 되니까 할 일이 보이더군요(웃음).”

글·사진=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