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이 집권하면 “취임 첫날 불법이민자 중 범죄자 200만명을 추방하겠다”고 31일(현지시간) 밝혔다. 불법이민자 1100만명을 전원 추방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멕시코 국경을 따라 장벽을 건설하고 그 비용은 멕시코가 부담토록 하며, ‘극단적인 이민 심사(extreme vetting)’를 도입할 것이라는 종전 입장은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를 만난 자리에서 “멕시코가 장벽 비용을 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자신의 이민정책 공약을 10개항으로 수정 발표했다. 그는 우선 “남쪽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고, 그 비용은 100% 멕시코 정부가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또 “미국에 거주하는 불법이민자 중 범죄자가 200만명에 달한다”며 “이들에 대해서는 무관용을 적용해 취임 첫날 모두 추방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민자들을 수용할 때 극단적인 심사를 도입하고,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되면 곧바로 돌려보내며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은 폐기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이민공약 발표 직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을 만나 장벽 건설과 자유무역협정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전달했으나 이견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트럼프는 니에토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누가 장벽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니에토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에게) 멕시코는 장벽 비용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공개해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편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이 1% 포인트로 줄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양자대결에서 각각 40%, 39%로 나타났다. 자유당의 게리 존슨 후보(6%)와 녹색당의 질 스타인 후보(2%)를 포함한 4자 대결에서는 클린턴(40%)과 트럼프(38%)의 격차가 2% 포인트였다.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는 클린턴(48%)과 트럼프(42%)의 지지율 차이가 양자대결에서는 6% 포인트로 나타났으나 4자대결에서는 2% 포인트로 줄었다.
이코노미스트 여론조사에서는 양자대결(클린턴 47% vs 트럼프 42%)이든, 4자대결(클린턴 42%, 트럼프 37%, 존슨 7%, 스타인 3%)이든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는 5% 포인트였다.
두 사람의 격차는 민주당 전당대회 직후 두 자릿수까지 벌어졌으나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클린턴재단 후원자들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오차범위 내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클린턴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호감이 높아져 트럼프와 비슷한 수준으로 치솟았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클린턴의 비호감은 59%, 트럼프의 비호감은 60%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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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2016 미국의 선택] 멕시코서 냉대당한 트럼프, 불법이민자에 화풀이
입력 2016-09-02 0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