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와 절도를 일삼으며 도피하던 40대 남성이 경찰관의 ‘무당 연기’에 속아 덜미를 잡혔다. 이 남성은 경찰서 10곳에서 지명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현금과 귀중품, 차량 등 2000만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사기·절도)로 서모(43)씨를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서씨는 2014년 5월 출소한 뒤 최근까지 전남 완도, 강원 평창, 경북 구미 등 전국을 돌며 음식점 배달원으로 취업해 배달 오토바이 2대, 차량 3대, 현금 460만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씨는 가족과도 연락을 끊은 채 대포폰을 쓰며 2년간 도망을 다녔다. 그는 무속인들이 외딴 산골에서 지낸다는 점에 착안해 몸을 쉽게 숨길 수 있는 ‘무당집’에 취업했다.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일명 ‘삼촌’으로 일하며 숙식을 해결했다.
하지만 꼬리가 밟혔다. 과거 서씨가 무속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무속인을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전력이 있어 경찰이 주시하던 중이었다. 이를 몰랐던 서씨는 이 커뮤니티에 ‘함께 일할 보살님을 구한다’는 글을 지난해 12월 올렸다. 경찰은 지난 3월 서씨의 글을 발견한 뒤 ‘서울 은평구에 사는 한 보살이다. 같이 일을 해보자’는 댓글을 남겼다.
서씨는 지난달 댓글에 남겨진 번호로 전화를 걸어 “아직도 사람을 구하느냐”고 물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이 경찰관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경찰은 무속인들이 쓰는 은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했다. 감쪽같이 속은 서씨는 지난달 25일 기차를 타고 서울로 왔다가 체포됐다. 경찰은 추가 범행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경찰 연기에 잡힌 지명수배자
입력 2016-09-02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