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복 대법관 “인간미 흐르는 사법부 만들어 달라”

입력 2016-09-01 21:03

32년간 법관으로 살아온 이인복(60·사법연수원 11기·사진) 대법관이 1일 무거운 법복을 벗었다. 이 대법관은 대법원에서 퇴임식을 갖고 “법정에서는 누구나 하고픈 말을 할 수 있으며, 이를 경청할 의무가 있다는 생각으로 재판을 해왔다”고 했다. 그는 법관으로서 옳고 그름을 아는 ‘시비지심(是非之心)’뿐 아니라 당사자들의 내면을 이해하려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고 밝힌 바 있다. “법관이 법정에 한 시간만 더 머무르며 당사자 주장에 귀를 기울이면 국민의 사법 불신도 해소될 것”이란 지론을 갖고 있었다.

대법관 취임 때 사법정의 실현을 다짐했던 그는 퇴임식에서 사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음을 안타깝게 언급했다. 이 대법관은 “지혜를 모으고 노력한다면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소수의견을 많이 낸 이 대법관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돼 왔다.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판결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인정한 항소심 판결”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존엄사 판결’ 선고 당일 “혹시라도 이 판결로 연명치료 중단이 남용돼선 안 된다”며 따로 당부말씀을 낭독한 일은 유명하다. 그는 “반평생 이상 정든 법원을 떠나며 한 가지 소망을 말하겠다”며 “인간미가 흐르는 따뜻한 법원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 대법관은 1956년 충남 논산군 두마면에서 5남매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서울대 법대 졸업 이듬해인 79년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84년 서울민사지법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대법관에 임명됐다. 아들 한원(31)씨도 법조인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