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설 벗어난 손, 이젠 ‘생존전쟁 정글’

입력 2016-09-02 00:07
한국 축구 대표팀의 공격수 손흥민이 지난해 11월 17일 라오스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6차전에서 볼을 따내기 위해 질주하고 있다. 1일 중국과의 최종예선에 출전한 손흥민은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로 복귀해 험난한 주전경쟁을 벌여야 한다. 뉴시스
중국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을 치른 ‘손샤인’ 손흥민(24·토트넘 홋스퍼). 이제 다시 정글 같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돌아가 생존경쟁을 해야 한다. 프리미어리그 두 번째 시즌을 맞은 손흥민은 화려하게 비상할 수 있을까?

이적설에 시달리던 손흥민은 토트넘에 잔류하게 됐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지난 31일(한국시간) “토트넘이 손흥민 영입에 구체적인 안을 제시한 볼프스부르크의 제안을 거절했다”며 “손흥민은 토트넘에 잔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손흥민의 독일 분데스리가 복귀가 무산된 이유는 높은 이적료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일간지 빌트에 따르면 토트넘은 3800만 유로(약 475억원)를 원했다. 그러나 이는 볼프스부르크가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손흥민은 토트넘이 자신을 신뢰해 붙잡은 것이 아니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해 8월 독일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28경기에 나서 4골을 넣었다. 프리미어리그 데뷔 시즌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경기에 나섰지만 15경기가 교체 투입이었다. 주전 경쟁이 그만큼 치열했던 것이다.

손흥민은 최전방 공격수와 2선 공격수 등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주력 포지션은 측면 공격수다. 토트넘에서 지난 시즌 공격 2선은 크리스티안 에릭센(24), 델레 알리(20), 에릭 라멜라(24), 나세르 샤들리(27) 등이 맡았다. 이들과 주전 경쟁을 벌이던 손흥민은 지난해 9월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왼발 족저근막염 부상을 당해 주춤하며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토트넘의 2선 공격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미드필더 자원인 라이언 메이슨(25)과 샤들리가 각각 헐 시티와 웨스트브로미치로 이적했다. 토트넘이 크리스털 팰리스의 측면 공격수 윌프리드 자하(23·크리스털 팰리스)의 영입을 포기한 것은 손흥민에게 좋은 소식이다.

문제는 새로운 2선 공격수들이 토트넘에 합류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시즌 2부로 강등된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무사 시소코(27)는 1일(한국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토트넘의 유니폼을 들고 찍은 사진을 올린 뒤 5년 계약 소식을 알렸다. 유로 2016에서 프랑스의 준우승에 힘을 보탠 그는 에버튼의 구애를 받았지만 결국 토트넘을 선택했다. 시소코는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선수이지만 멀티 포지셔닝이 가능하기 때문에 손흥민의 잠재적 경쟁자라고 할 수 있다.

올림피크 마르세유의 조르주 케빈 은쿠두(21)도 이날 토트넘과 5년 계약을 체결했다. 손흥민의 최대 경쟁자가 될 선수가 바로 은쿠두다. 그는 2013년 낭트를 통해 데뷔했으며 지난 시즌 프랑스 리그앙 정규리그 28경기에 출전해 5골을 기록했다. 17세 이하부터 21세 이하까지 연령별 프랑스 대표팀을 두루 거친 그는 프랑스의 차세대 측면 공격수로 평가받고 있다.

토트넘이 2명의 공격 2선 자원을 영입한 것은 프리미어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컵, FA컵 등을 병행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 때문이다.

손흥민이 이번 시즌 해리 케인(23) 대신 최전방 공격수로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토트넘이 이미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빈센트 얀센(22)을 데려왔기 때문이다. 결국 손흥민이 승부를 걸어야 할 포지션은 2선 공격수밖에 없다. 그는 이번 시즌 알리, 에릭센, 은쿠두, 시소코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강한 전방 압박과 빠르고 정교한 패스를 통한 볼 점유율, 조직력, 유기적인 팀플레이를 강조한다. 2선 공격수들에겐 다양하게 움직일 것을 요구한다. 지난 시즌 이적이 늦어지는 바람에 프리시즌을 거른 손흥민은 팀 전술 적응에 애를 먹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리우올림픽에 참가하느라 또 프리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 손흥민은 공간 활용과 유기적인 플레이, 볼이 없을 때의 움직임 등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한준희 축구 해설가는 “손흥민이 살아남으려면 먼저 단점부터 보완해야 한다”며 “그 다음에 역습 상황에서의 직선적인 움직임과 빠른 스피드, 드리블, 슈팅 등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