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51·구속 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현직 부장판사가 검찰에 소환됐다. 현직 판사가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기는 지난해 1월 ‘명동 사채왕’ 사건의 최민호 판사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부장판사 이상의 고위급은 2006년 법조 브로커 사건에 연루됐던 조관행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후 10년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31일 수도권 지방법원에 근무하는 김모(57) 부장판사를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17기로 25년 경력의 고참 법관이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를 두고 있다. 김 부장판사의 수뢰액이 최소 3000만원 이상이라는 의미다. 억대라는 말도 나온다.
검찰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의 법조 브로커 역할을 한 성형외과 의사 이모(52·구속)씨를 통해 ‘구명 로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 이씨 등과 베트남 여행을 함께 다녀올 정도로 가깝게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김 부장판사 딸이 네이처리퍼블릭이 후원하는 미인대회에서 1위로 입상한 것을 놓고 정 전 대표와의 유착설이 돌기도 했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정 전 대표와의 친분에도 회피나 재배당 신청 없이 맡은 네이처리퍼블릭 관련 재판 3건을 주목하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9∼11월 정 전 대표가 가짜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을 만들어 유통한 하도급 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법 위반 소송 3건을 맡았다. 일부 피고인에게는 1심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됐다. 검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 정 전 대표의 ‘엄벌 로비’가 통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2014년 정 전 대표 소유의 외제 SUV 레인지로버 중고차를 당시 시세보다 싼 5000만원을 주고 샀다가 2015년 말 가족 명의 계좌를 통해 구입 대금을 돌려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말할 수 없다”면서도 “금품 수수 등은 재판 청탁의 대가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부의금 명목으로 정 전 대표 측이 발행한 100만원권 수표 5∼6장을 받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금품수수 의혹은 사실무근이다. 진위를 떠나 지속적인 의혹 제기로 정상적 재판업무 수행이 곤란하다”며 휴직을 신청했다. 대법원은 김 부장판사에게 6개월 휴직 발령을 내렸다.황인호 기자
[관련뉴스]
☞
☞
☞
☞
고급 외제 SUV 차량 받고 해외여행 檢 ‘정운호 금품수수 의혹’ 현직 부장판사 소환 조사
입력 2016-09-01 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