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절차에 돌입한 한진해운에 대해 선박 압류와 입항 거부, 운항 중단 조치가 잇따르면서 ‘물류대란’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당장 맡겨진 물류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기업들은 다른 선사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31일 “중국 신강(新港)과 샤먼(廈門),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 등지에서 한진해운 선박의 입항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북미 지역에서는 미국 조지아주 사바나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프린스루퍼트가 한진해운 선박 입항을 거부했다. 이들 지역 항구는 선박 접안과 화물 하역 등에 대한 비용을 현금으로 지불하라고 요구하며 입항을 거부했다.
전날 싱가포르에서는 한진해운이 소유한 5308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한진로마호’가 현지 항구에 억류됐다. 용선료가 밀리자 선주 중 한 곳인 독일 리크머스가 법원에 가압류를 신청했다. 중국 신강에 정박했다 이날 부산항으로 돌아오려던 배 1척도 현지에 억류됐다.
한진-멕시코 공동배선(공동운항) 선박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부산항에 도착하고도 선주의 운항 중단 요청으로 항구에 배를 댈 수 없게 됐다. 컨테이너선 ‘한진멕시코호’도 전날 선주인 PIL코리아가 용선료 체불을 이유로 운항을 중단시켰다.
한진해운이 운항 중인 컨테이너선 90여척 중 해외 선주로부터 임차한 배는 60여척이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배가 묶이기 시작하면 화물이 국제 미아가 되고, 화물 주인은 자기 짐을 찾아와야 하기 때문에 큰 혼란이 빚어진다”고 했다.
기업들은 한진해운과의 거래를 취소하고 대체 선사를 물색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미주 지역으로 보내는 물량의 20% 정도가 한진해운을 통해 가고 있었다”며 “다른 선사를 잡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도 상황을 지켜보며 운송 물량을 다른 선사로 돌릴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TV, 냉장고 등 생활가전 중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프리미엄 제품 일부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효성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어려워진 뒤로 의존도를 줄여 현재 해당 물량은 5%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한화의 태양광 계열사 한화큐셀 등도 수개월 전부터 한진해운을 배제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사내 전산망에 글을 올려 “혼신을 다한 유동성 확보 노력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다”며 채권단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한순간도 한진해운의 회생을 위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전날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조 회장을 두고 “대주주와 오너로서 책임 있는 모습이 미흡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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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욱 김준엽 허경구 기자 kcw@kmib.co.kr
각국서 한진해운 선박 입항거부·압류 잇따라
입력 2016-09-01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