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보다 ‘구르미’ 먼저 웃었다

입력 2016-09-01 17:23
올해 안방극장 히트 키워드는 ‘로맨틱’이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이거나 로맨스를 정면에 내세운 드라마들이 계속 인기를 모았다. 시청률 20% 안팎을 오갔던 로맨스 의학드라마 ‘닥터스’(SBS)가 끝나자 이번엔 로맨틱 청춘사극 ‘구르미 그린 달빛’(KBS)과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SBS)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시청률에서 우위를 점한 작품은 ‘구르미 그린 달빛’이다.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16%를 넘기며 월화드라마 1위를 차지했다(닐슨코리아 제공). 박보검이 조선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를 연기하고, 김유정이 빚 때문에 남장을 하고 내시가 된 홍라온 역을 맡았다. 동명의 웹소설이 원작이다.

어린 배우들이 주연을 맡으면서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와 주·조연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지상파 첫 주연을 맡은 박보검은 방송 초반부터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응답하라 1988’(tvN)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들이 지상파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것과 대조적이다.

두 드라마 모두 실제 시대적 배경과 등장인물 일부를 차용하긴 했지만 사극이라기보다 픽션에 가깝다. 역사적 사실보다는 상상력을 가미한 로맨스 스토리에 방점이 찍혔다. 다만 ‘구르미 그린 달빛’은 비운의 천재로 알려진 효명세자를 둘러싼 역사적 사실을 흥미롭게 다루면서 사극의 기본 요소에도 충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달의 연인’은 ‘구르미 그린 달빛’보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하다. 극의 배경은 고려 초기와 21세기를 오간다. 21세기 여성 고하진이 개기일식이 일어난 밤 10세기 고려로 타임슬립해 고려 여인 해수의 영혼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가수 겸 배우 아이유(본명 이지은)가 고하진 겸 해수 역을 맡았다.

중국의 인기 소설이 원작인 ‘달의 연인’은 10∼20대 시청층과 한류를 노린 드라마다. 배우 이준기(4황자 역)를 비롯해 강하늘(8황자 역), 홍종현(3황자 역), 아이돌 그룹 엑소의 백현(10황자 역), 모델 출신 남주혁(13황자 역) 등 한류스타들이 대거 캐스팅됐다.

화려한 캐스팅 때문에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됐던 ‘달의 연인’은 시청률까지 끌어안지는 못 했다. 지난 29일 1, 2회를 연속 방송하는 등 파격적인 편성을 했으나 시청률은 7%대에 그쳤다. 1, 2회에 다소 많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다뤄지면서 산만하게 전개된 게 컸다. 여기에 아이유, 백현 등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한 비판도 함께 제기됐다.

다만 탄탄한 연기력과 표현력으로 사극에서 특히 강점을 보여온 이준기와 각종 영화제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강하늘이 3회부터 드라마를 촘촘하게 이끌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