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벌을 뒤덮은 중국 축구 팬들은 목이 터져라 “짜요(加油·중국 응원 구호)”를 외칠 것이다. 중국 선수들은 ‘인해전술 응원’을 등에 업고 사력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공한증(恐韓症·한국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은 계속될 것이다.
한국은 9월 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과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을 치른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해 순항하기 위해선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 한국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중국을 압도한다. 우선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48위인 반면 중국은 78위에 머물러 있다. 상대 전적은 17승12무1패로 한국의 절대 우위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혹시 모를 이변을 막기 위해 손흥민(토트넘),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 구자철, 지동원(아우스크스부르크), 황희찬(잘츠부르크)등 유럽파를 대거 소집했다. 여기에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장현수(광저우 푸리), 김기희(상하이 선화), 정우영(충칭 리판), 홍정호(장쑤 쑤닝) 등 중국파까지 소집했다.
공격은 유럽파들이 책임진다. 최전방 원톱으로는 ‘신예’ 황희찬이 출격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소속팀 경기 때문에 지난 30일 대표팀에 합류해 선발 출장이 어려울 전망이다. 대체 원톱 후보로 떠오른 선수는 지동원이다. 그는 이번 소집명단에 미드필더로 분류됐지만 사실상 최전방 공격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뉴질랜드와 평가전에서 원톱으로 선발 출전한 적도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29일 “많은 이들은 지동원의 출전 경기 수와 무득점 수치만 비교해 비판하고 있다”며 “이는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다. 지동원을 원톱으로 선발 출격시킬 것이라는 암시로 해석될 수 있다. 187㎝, 77㎏의 당당한 체구를 자랑하는 지동원은 문전에서 중국 수비진에게 밀리지 않는다.
상대 수비수들을 끌어내는 역할을 하는 ‘가짜 9번(가짜 최전방 공격수)’ 지동원 뒤엔 손흥민, 구자철, 이청용 등 무서운 2선이 버티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각종 평가전과 대회를 치르며 유럽파 2선 공격 자원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해 왔다.
우레이, 유하이(이상 상하이 상강), 가오린(광저우 에버그란데) 등 중국 공격진의 예봉을 꺾는 수비라인엔 중국파들이 진을 친다. 김영권과 장현수는 오래 전부터 중국에서 활약해 왔고 김기희, 정우영, 홍정호는 이번 시즌슈퍼리그에 합류했다. 중국파 수비라인은 슈퍼리그에서 중국 선수 득점 1위면서 전체 2위(13골)인 우레이를 막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한국은 그동안 중국에 강한 면모를 보여 왔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공한증을 깬 당사자인 가오홍보 감독 밑에서 선수들이 오랜 시간 동안 훈련을 했기 때문이다. 중국 대표팀은 지난 7월 말부터 8월 10일까지 1차 훈련을 한 뒤 8월 21일부터 2차 훈련을 진행했다. 선수 대부분이 슈퍼리그에서 활약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31일 파주NFC에서 열린 중국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공한증을 잘 알고 있다”며 “팬들의 기대치가 높은데, 이를 기쁘게 생각한다. 준비 기간은 짧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최근 축구에 상당히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FIFA 랭킹에서는 우리가 30계단 앞서 있고, 역대 전적도 앞서 있지만 축구는 기록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누가 나은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중국 공격수 가오린은 이날 FIFA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국과 맞설 준비가 돼 있다”며 “가오홍보 감독은 선수들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으며, 그의 지도 아래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고 전의를 다졌다.
중국축구협회가 내놓은 ‘당근’도 선수들에게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축구 굴기’를 내세운 중국은 2002 한·일월드컵 이후 16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대표팀에 6000만 위안(약 100억 원)의 보너스를 내걸었다.
한편, 손흥민은 토트넘에 잔류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이날 “토트넘이 손흥민 영입에 구체적인 안까지 제시했던 볼프스부르크의 제안을 거절했다”며 “손흥민은 토트넘에 잔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오늘 밤 ‘공한증’ 더 느끼게 해줄게
입력 2016-09-01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