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순 전도사, 멀고 먼 길 돌아 16년 만에 컴백… 주님 찬양의 지팡이로

입력 2016-09-01 20:41
최근 새 음반 ‘다시 한 번 찬양으로’를 발표한 최원순(오른쪽) 전도사와 김미숙 전도사. 부부인 두 사람은 “우리가 만든 앨범을 통해 믿음을 잠시 놓아버린 이들이 다시 주님의 종으로 거듭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원순 전도사 제공

1987년 겨울이었다. 당시 스물네 살이던 최원순(53) 전도사는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장애인선교회가 주최한 철야예배에서 찬양을 인도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무대 아래에서 마음을 다해 하나님을 찬양하는 한 자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자매였다.

집에 돌아와서도 자매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진짜 장애가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 자매에 비한다면 나야말로 영적 장애를 가진 장애인이 아닐까.’ 최 전도사는 자매를 생각하며 곡을 만들었다. ‘똑바로 보고 싶어요/주님 온전한 눈짓으로/똑바로 보고 싶어요/주님 곁눈질 하긴 싫어요….’

‘똑바로 보고 싶어요’라는 제목이 붙은 이 곡은 90년대 들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 전도사는 국내외 수많은 찬양집회에 초청받아 주님의 사랑을 노래했다. 90년대 초반 그가 발표한 ‘성령 받으라’는 제목의 곡도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는 2000년 이후 모든 활동을 접었다.

최근 서울 양천구 한 식당에서 만난 최 전도사는 “2001년 이혼의 아픔을 겪으면서 모든 걸 내려놓았다. 나 자신에게 실망했고, 오랫동안 교회에도 나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담배도 피웠다. 찬양사역을 하던 동료들과도 연락을 끊고 지내며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그가 다시 주님 품에 안긴 건 지금의 아내 김미숙(48) 전도사를 만나면서였다. 20대 시절 같은 교회에 다닌 두 사람은 2000년대 중반부터 사랑을 키웠고, 2009년 결혼식을 올렸다. 부부는 현재 경기도 고양시 제자광성교회(박한수 목사)에서 협동 전도사로 사역하고 있다.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김 전도사는 “남편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부부를 만난 건 이들이 최근 발표한 음반 ‘다시 한 번 찬양으로’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다시 한 번 찬양으로’는 앨범 제목처럼 최 전도사가 2000년 이후 16년 만에 활동 재개를 선언하며 발표한 음반이다. 최 전도사가 작사·작곡을 맡고 노래는 부부가 함께 불렀다.

“2014년 여름부터 준비한 앨범이에요. 다시 시작하려니 두렵기도 했지만 하나님만 생각하며 음반을 만들었어요. 찬양사역자로서 사실상 저의 첫 작품이라고 생각해요.”(최 전도사)

“남편이 드디어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반을 발표한 뒤 무대에 서달라는 섭외가 이어지고 있어요. 요즘은 하나님께 감사하다는 생각밖에 없어요.”(김 전도사)

음반에는 타이틀곡 ‘주의 지팡이’를 비롯해 총 12곡이 담겼다. 최 전도사는 “과거에 ‘똑바로 보고 싶어요’ 등이 인기를 끌었던 건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라며 “새 음반에 담긴 곡들도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부가 가장 애착을 갖는 수록곡은 세 번째 트랙 ‘버려진 모퉁이 돌로’. 이 곡에는 멀고 먼 길을 돌아 주님께 돌아온 최 전도사의 마음이 깃들어있다. ‘회개하고 주 앞에 무릎 꿇은 이 영혼/주여 두 손 잡아주옵소서/이제 순종하며 살으리/주 앞에 내려놓으리/주의 손을 놓지 않으리….’

“노래를 들으시면 제가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하나님이 다시 저를 세워주신 만큼 열심히 할 거예요. 주님의 ‘찬양의 지팡이’가 될 겁니다.”(최 전도사)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