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비장애인 ‘한마음 텃밭’ 일굽니다

입력 2016-09-01 00:08

“또래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짝을 이뤄 함께 밭을 일구어나가면서 상호 소통하고 의지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 26일 서울 성동구 카우앤독빌딩에서 만난 소셜벤처기업 ‘동구밭’의 대표 노순호(25·사진)씨는 근로현장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동구밭은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일대일로 매칭시켜 텃밭을 가꾸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동구밭은 2013년 사회문제를 사업으로 해결해보자는 취지의 대학 연합 동아리인 ‘인액터스’ 내 도심속 농업 프로젝트명이다. 노 대표를 포함해 동아리 친구 4명은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서울시내 텃밭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마포구 지역의 한 텃밭에서 일하던 발달장애인을 우연히 만나게 됐다. 부모 손에만 이끌린 채 무표정하게 일하는 그를 보면서 “이들을 자립시키고 근로현장 속에서 일반인 친구를 만나게 해주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들의 취지에 강동구청장이 공감해 2014년 강동구 상일동에 100㎡ 텃밭을 빌려줬다. 동구밭은 이때부터 동아리 내 소조직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장애인-비장애인 협력 사업을 일구기 시작했다. 처음 5명의 장애인으로 시작된 동구밭은 좋은 취지가 알려지면서 타 구청의 도움을 받아 인원을 늘려갔다.

현재 발달장애인 200명과 비장애인 200명이 텃밭 가꾸기에 참여하는 등 지금까지 동구밭을 거쳐간 장애인만 500명이 넘는다. 이들의 만족도도 높아 재참가율이 87%에 달한다. 텃밭도 늘었다. 처음에는 강동구 한 곳이었는데 현재는 서울 18곳, 경기도에서 고양시와 부천시에 4곳 등 모두 22개의 텃밭을 운영 중이다.

동구밭은 이제 수익성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지난 6월부터 텃밭에서 재배한 상추, 바질 등 농작물로 비누를 만들어 시중에 팔기 시작했다. 밭을 가꾸다, 마음을 가꾼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가꿈’ 비누는 현재 서울 일부 백화점 등에서 판매 중이다. 지난달에만 2000개(개당 5000원)를 판매했으며 올해까지 최대 6000개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노 대표는 “발달장애인의 직장 근속일수는 다른 장애인의 10%에 불과할 정도로 뒤떨어져 장기 고용이 급선무”라며 “장애인들을 정식 고용해 이들에게 희망과 진취성을 길러주는 게 하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노 대표는 일상의 작은 실천을 통해 사회의 흐름을 바꿔나간다는 점에서 사회적기업인인 ‘소셜 이노베이터’로 불린다.

노 대표는 31일 서울 용산구 SK행복나눔재단 사옥에서 열린 ‘SK행복나눔재단 창립 10주년 콘퍼런스’에서 소셜 이노베이터 연사로 참여해 동구밭의 취지와 경과를 설명했다.

그는 “서로를 차별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공감하고 상호작용하는 것이 사회 및 기업 발전의 기초”라고 강조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