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되는 하반기 ‘소비 절벽’

입력 2016-09-01 00:10

하반기 ‘소비절벽’이 현실화됐다. 지난 7월 소매판매가 22개월 만에 전월 대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산업 전반에 걸쳐 생산과 투자도 침체됐다. 당분간 경기침체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산업계와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2.6% 감소했다. 2014년 9월 3.7% 감소한 이후 최대 감소율이다. 앞서 소매판매는 5월(0.9%)과 6월(1.1%)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석 달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사라진 영향이 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승용차 개소세 인하 종료 등 정책효과가 약화되면서 내수를 중심으로 소비가 침체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5% 급감했다. 이에 차량연료를 포함한 비내구재(0.7%), 오락·취미·경기용품 등 준내구재(0.6%) 판매는 소폭 증가했지만 승용차가 포함된 내구재 분야가 지난 6월과 비교해 9.9% 줄었다. 업종별로는 대형마트(18.9%) 편의점(17.0%) 무점포소매(9.6%) 백화점(7.5%) 등은 소매판매가 상승했지만 승용차·연료소매점(-4.5%) 판매가 감소했다.

산업 전 부문의 생산은 전월 대비 0.1% 감소했다. 산업생산도 석 달 만에 감소세를 기록했다. 서비스업 생산이 부진에 빠진 결과다. 서비스업 생산은 운수(1.9%) 숙박·음식점(1.9%) 등에서 증가했지만 전문·과학·기술(-5.3%)이 줄면서 전반적으로 전월에 비해 0.7% 감소했다.

설비투자도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운송장비(-31.5%) 및 기계류(-0.2%) 투자가 모두 줄어 전월에 비해 11.6% 감소했다. 지난 7월 설비투자 감소폭은 2003년 1월(-13.8%) 이후 가장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8월에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지연, 자동차 업계 파업 등으로 경기 회복세가 더딜 가능성이 높다”면서 “또 구조조정, 미국 금리인상 등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고용이 둔화되고, 생산·투자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정부는 추경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하고, 신산업 투자 지원 등 소비·투자 활성화 대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도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기업체감경기도 풀리지 않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9월 BSI 전망치는 95.0이라고 밝혔다. BSI지수가 기준선 100을 넘으면 기업이 경기를 좋게 본다는 것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라는 의미다. 전경련 송원근 경제본부장은 “추석 특수와 추경 편성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소비심리와 미국 금리인상 이슈 등이 기업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8월 BSI 실적치(90.0)도 기준선을 하회했다.

세종=유성열 기자, 고세욱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