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에도… 출구 못찾는 이대 사태

입력 2016-09-01 00:04
이화여대의 ‘잔인한 8월’이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9월 개강을 맞았다. 본관 점거농성은 35일째다. 평생교육 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사업 철회로 시작한 이대 사태는 ‘총장 사퇴 논란’으로 확대됐다. 이대 사태는 학교와 학생 간 갈등, 총장 사수파와 총장 사퇴파의 대결구도, 교수와 졸업생의 분열, 대면대화와 서면대화를 둘러싼 신경전까지 다양한 단층을 안고 있다. 여기에 경찰의 사법처리 방침까지 끼어들면서 해법은커녕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최경희 총장은 31일 오후 3시쯤 캠퍼스복합단지(ECC) 내 강의실에서 세 번째 ‘총장과의 열린 대화’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농성에 참여하지 않은 재학생 10여명이 나왔다. 농성 중인 학생들은 앞서 오후 1시쯤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대면대화에 참석할 수 없다”며 불참 의사를 전했다.

1일이면 개강이지만 학교 측과 농성 학생 간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최 총장은 개강을 하니 학교 정상화를 위해 본관 점거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학생들은 ‘선 사퇴, 후 해제’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한때 800명에 이르던 점거 농성 학생은 30여명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지난 26일 대강당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은 학교와 학생들의 ‘평행선’을 그대로 보여줬다. 당시 최 총장이 연단에 오르자 일부 학생은 ‘해방이화, 총장사퇴’ 구호를 외쳤다. 이에 최 총장은 지난 28일 ‘사랑하는 이화인 여러분들께 드리는 총장의 두 번째 편지’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통해 사퇴 거부 의지를 재확인했다.

교수사회도 ‘총장 사퇴파’와 ‘총장 사수파’로 나뉘며 마찰을 빚는 중이다. 중재자 역할을 하던 교수협의회가 지난 17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총장 사퇴’를 요구하면서 쪼개졌다. 일부 교수는 다음 날 열린 하계 전체교수회의에서 “사태를 중재하고 해결해야 할 비대위가 총장 사퇴를 요구하면 어떡하느냐”며 성토했다.

대화 방식을 놓고도 희한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농성 중인 학생들은 줄곧 ‘서면대화’를 내세우고 있다. 지도부나 대표 없이 농성 학생 전원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서면대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30일 경찰 진압에 따른 트라우마로 직접 대화가 어렵다고도 했다.

하지만 최 총장은 직접 본관을 방문하거나 본관 옆에 ‘대화 천막’을 치는 등 ‘대면대화’를 고집한다. 이 과정에서 “총장이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불신마저 더해졌다. 최 총장은 지난 24일과 26일 ‘총장과의 열린 대화’를 열고 재학생·졸업생과 해법을 논의하기도 했다.

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상황은 더 꼬이고 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22일 ‘감금 주모자’ 3명에게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학교 측은 사법처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두 차례나 제출했지만 경찰은 혐의가 인정되면 원칙대로 사법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은 2일 경찰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