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권위자 서울대 변창구 교수 퇴임 “정년後가 인생 절정기… 삶의 다른 마당 펼칠 것”

입력 2016-08-31 21:13

“60대 중반, 인생의 절정기에 접어들었다니 얼마나 좋습니까.”

인생의 절반 이상을 서울대에서 보낸 영어영문학과 변창구(사진) 교수는 31일 서울대 문화관 중강당에서 열린 교수정년식 자리에 섰다. 퇴임사를 맡은 그는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말을 인용해 ‘인생은 60부터’라고 말했다.

변 교수는 “한국전쟁 와중인 1951년에 태어나 1970년경 대학생활을 시작하여 격동의 시대를 살면서 지금까지 엄청난 변화를 경험했다”며 “자신의 길을 나름의 방식으로 열심히 걸어온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60대 중반부터 70대 중반이 인생의 절정기다. 교수로서는 정년이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삶의 다른 마당을 펼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국셰익스피어학회장를 지낸 변 교수는 진한 ‘셰익스피어 사랑’도 드러냈다. 그는 “셰익스피어는 ‘이 세상은 무대요, 인간은 연극이라는 인생 속에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배우’라고 했다”며 “이제 자유인이 된 저는 인생의 감독으로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본을 쓰고 새로운 주인공이 되어 가장 멋지고 행복한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아침마다 커피와 더불어 담소를 나누던 동료들과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감사하다”며 캠퍼스에 작별을 고했다. 이날 변 교수와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김영나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전 서울대병원장 정희원 교수, ‘괴테 전문가’ 전영애 독어독문학과 교수, ‘기생충학 권위자’ 채종일 의대 교수 등 17명이 정년을 맞았다. 정년식에는 가족, 학생, 직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임주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