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정부만 잰걸음 의사들은 냉담

입력 2016-09-04 19:30
대통령까지 나서 원격의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정작 제도 시행의 주체인 의사들은 여전히 반대를 외치고 있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노인요양시설의 원격의료 시범사업 현장을 방문하면서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이 새 국면을 맞았다. 박 대통령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장애인 등 병원에 다니기 힘든 환자들을 위한 의료접근성 제고를 위해 원격의료서비스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현장방문에 이어 보건복지부는 노인요양시설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국회에서는 새누리당 김승희 의원 주최로 ‘원격의료 시범사업 평가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도 최근 열렸다. 여당의원들 모두 축사를 통해 원격의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심재철 국회 부의장은 “의료민영화라는 헛된 괴담에 쌓여 추진하지 못하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 원격의료를 빨리 시행해 보다 많은 국민들이 원격의료 서비스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법제화와 제도화에 김승희 의원이 앞장설 것으로 생각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사실상 여당이 국회에서도 원격의료 추진 의지를 밝힌 셈이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이전에 비해 명확한 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추무진 의사협회장이 박 대통령의 원격의료 시범사업 현장방문에 동행해, 의사회원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의사협회 측은 ‘원격의료의 문제점을 대통령께 직접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일부 회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여기에 의사협회가 복지부의 동네의원 만성질환관리 수가 시범사업에 참여키로 결정하면서, 의료계의 원격의료 시범사업 동참도 멀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원격의료 시행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의사들의 참여다. 복지부 김강립 보건의료정책관은 “원격의료는 의료계의 참여가 굉장히 중요한 성공요소이자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직접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아닌 의료인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편의를 높이고, 건강을 향상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 의료계와 협의를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 3차 시범사업이 주어진다면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다 의미 있는 시범사업이 되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선 의료현장에서 원격의료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유는 정부가 의료를 산업화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원격의료의 시작은 의원급 의료기관이겠지만 결국은 병원급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반면 정부는 시범사업을 시작하며 의료계의 반발을 줄이고자 의원급 1차 의료기관만을 대상으로 하겠다고 밝혀왔다. 박 대통령도 원격의료 현장 방문에서 이러한 점을 재차 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법률 개정안에서 대면진료 원칙을 유지하면서 동네의원 중심으로 도입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했고, 원격의료가 활성화되면 오히려 동네의원의 역할이 더 늘어나 1차 의료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렇지만 현재 일부 병원들에서는 원격의료를 준비 또는 시행하고 있다. 방문규 차관이 방문한 가천대 길병원의 경우 지난해 복지부가 선정한 ‘응급의료 취약지 원격협진 네트워크 시범사업’의 거점병원으로 선정돼 의료취약지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원격협진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원격의료 취지에 기본적인 동의를 하는 의료계를 끌어안기 위해서는 정부가 ‘의료를 산업으로 바라본다’는 일부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건강을 위한 원격의료라는 명문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조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