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장영자(56·가명)씨는 다가오는 명절을 생각하면 가슴부터 답답하다. 음식 준비와 설거지가 반복되는 고된 집안일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갑작스럽게 무리한 탓에 명절 직후 대상포진에 걸려 꼼짝도 없이 집에만 누워있어야 했다. 명절 뒤 욱신거리는 증상이 근육통이려니 여겼다가 대상포진 치료시기를 놓쳐 합병증이 생긴 것이다.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은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보는 즐거운 시기이기도 하지만 음식 준비 등 집안일, 장거리 운전, 심리적 스트레스 등으로 면역력이 저하돼 각종 질환 위험에 노출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명절 뒤 흔히 찾아오는 근육통, 피로감 등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치료시기를 놓쳐 수 년간 지속되는 합병증을 겪는 질환이 대상포진이다.
대상포진은 어렸을 적 수두를 일으킨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병한다. 무리한 신체활동,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명절은 음식 준비 등의 가사 노동, 장거리 운전과 같은 무리한 활동으로 스트레스가 늘어가는 시기여서 주의해야 하다.
대상포진은 수두에 걸렸던 사람이라면 누구에서나 언제든 예고 없이 걸릴 수 있다. 국가필수예방접종에 수두 백신이 적용 된지 약 10여 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성인들은 대상포진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40세 이상의 미국 성인 99.5%는 대상포진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1000명 중 5명만 대상포진 위험에서 자유로운 셈이다.
면역력이 저하되기 시작하는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은 대상포진 발병 확률이 올라간다. 실제 전체 대상포진 환자 중 50대가 26%로 가장 많고, 50세 이상은 전체 환자의 약 60%를 차지한다. 50세 이상은 만성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 대상포진 합병증 위험도 높아진다. 대표적 합병증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1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까지 심각한 통증이 지속된다. 이 통증은 산통보다 더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한 역학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09∼2013년)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약 60% 증가했으며, 이에 들어가는 치료비도 약 40% 증가해 경제적 부담도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합병증이 생기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치료시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대상포진 발병 후 72시간 내 치료를 시작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명절 후 감기와 같은 대상포진 증상이 나타나고 띠 모양의 수포, 발진이 생긴다면 대상포진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대상포진 예방을 위해서는 가사 노동 시간을 분배해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고 과도한 음주나 과식은 피해야 한다. 장기간 운전 시에는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며 휴식을 취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50대 이상이라면 명절 전 전문의를 찾아 대상포진 예방 등 건강 관리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홍성관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명절에는 평소보다 과도한 활동을 하게 되기 때문에 대상포진 등 면역력과 밀접하게 관련된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며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에도 몸의 한쪽으로만 수포, 발진 등이 생기며 근육통 등이 동반된다면 명절 후유증이려니 여겨 방치하지 말고 곧바로 전문의를 찾아 적절히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윤형 기자 newsroom@kukinews.com
끔찍한 대상포진… 당신의 명절 노린다
입력 2016-09-04 20:45